「쌍미기봉」은 작자 연대 미상의 고전소설이다. 중국 소설 「주춘원소사」를 번안하여 구활자본으로 출판되었다. 남녀 주인공이 인연을 맺는 과정을 그린 애정소설이다. 중국 소설을 기반으로 하여 조선의 상황에 맞게 이야기를 변용했으며, 시와 사·편지글 등을 생략하고 축소하였다. 또한 제목으로 볼 때, 조선 후기 기봉류 소설의 전통을 의식하고 있으며, 두 명의 여성들과 기이한 만남을 한다는 흥미소에 집중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구활자본 소설 독자들이 익숙한 소설 관습에 맞추려는 출판계의 번안 양상을 볼 수 있는 작품이다.
1권 1책. 1916년 회동서관에서 간행하였다. 국문 활자본. 남녀 주인공이 인연을 맺는 과정을 그린 애정소설이다. 24회의 회장체(回章體) 소설로 되어 있다.
이 작품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명나라 시절 증청(曾淸)과 오응송(吳應松)은 절친한 친구 사이다. 근처에 사는 황 상서의 아들 진(珍)은 오응송의 딸과 약혼을 하였으나, 오응송과 황 상서의 죽음으로 말미암아 약혼이 파기된다. 외가에 머무르고 있던 증공의 딸 운아(雲娥)는 우연히 담을 넘어다보다가 황진을 보고 서로 사모하게 된다. 그 뒤 둘은 몰래 시를 주고받으며 정이 깊어진다.
운아는 외가가 역적과 내통하였다는 혐의를 받자 어머니와 함께 오 한림(오응송) 댁으로 피신한다. 오 소저는 황진과의 약혼이 파기되었으나, 아버지의 유언을 지켜 다른 가문으로의 출가를 거부하고 있었다. 우연한 기회에 운아와 황진과의 관계를 안 오 소저는 운아에게 황진이 자신의 약혼자임을 알리고 황진을 같이 섬기자고 제안한다. 운아가 병이 걸려 위독하자 황진에게 편지하여 오 소저와 혼인하라고 한다. 이에 황진이 근심하고 있는데 시비(侍婢) 애월이 나타나 과거에 급제한 뒤 두 사람과 혼인하라고 권한다.
오 한림의 이웃에 사는 주 상서는 우연히 운아의 시를 보고 운아의 어머니를 찾아가 아들과의 혼인을 청한다. 어머니가 청혼을 수락하자 운아는 연못에 빠져 죽은 것으로 가장하고 집을 나온다. 황진은 운아와 주 공자가 약혼하였다는 말을 듣고 실망하여 돌아간다. 운아는 정처 없이 방랑하다 고민 끝에 강물에 몸을 던지지만 시비에 의하여 구출된다.
황진은 황성으로 가서 과거에 장원급제하고 한림학사가 된다. 주 상서는 다시 오 소저에게 청혼하지만, 오 소저는 이를 거절한다. 이에 주 상서는 분을 품고 오 소저를 궁녀로 추천한다. 채녀관(采女官)이 오 소저를 데려가려고 오는데, 고향으로 내려오는 황진이 이를 알고 오 소저를 구출한다. 황진은 상경하여 황제에게 상소하고, 주 상서를 유배시킨다. 마침내 황진은 운아와 오 소저를 부인으로 맞아들이고, 시비 애월의 정성을 생각하여 애월을 첩으로 삼아 영화를 누린다.
이 작품은 어느 고전소설보다도 순수한 애정소설이다. 다른 애정소설에서 삽입해 놓은 계모담 · 쟁총담(爭寵譚) · 전쟁담과 같은 구성을 사용하지 않고, 남자 주인공 황진과 여주인공 운아와의 열렬하고도 기나긴 애정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표현해 놓았다.
「쌍미기봉」은 중국 소설 「주춘원소사」를 번안한 소설로 밝혀졌다. 「쌍미기봉」은 「주춘원소사」와 등장인물, 공간적 배경의 명칭을 공유하고 있다. 작가는 중국 소설 원전의 이질적 요소를 제거하고 익숙한 소설적 관습으로 변형하는 방향으로 번안하였다. 이야기 전개에 일부 변형을 가하고 주인공의 재주를 부각시키는 시와 사·편지글을 대체로 생략하였다. 또한 사건의 전말을 전달하는 데 도움을 주는 시와 사 역시 축약 · 탈락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작품명의 변개를 통해 번안 의식을 보면 두 여인과의 기이한 만남이라는 서사적 맥락에 초점을 맞추어 흥미 요소를 드러냈고, 기존의 기봉(奇逢)류 소설들을 따라 친숙한 제명을 택한 것이다. 구활자본의 독자들이 선호하는 통속소설의 기준에 맞추고자 했던 작가 · 출판업자들의 판단이었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