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생어(雙生語) 또는 이중어(二重語)라고도 한다. 동일어가 세 개 내지는 네 개의 다른 형태로 된 경우도 드물게 있는데, 이 경우를 삼중어(三重語)·사중어(四重語)라고 하는 경우도 있지만, 보통은 이들을 모두 합쳐서 쌍형어라고 부른다.
쌍형어는 동일어원에서 발생한 것이지만 의미가 반드시 같지는 않고 오히려 다른 경우가 더 많다. 예를 들어 현대영어의 a, an, one은 고대영어의 ān에서 나온 삼중어이지만, 의미 또는 용법이 서로 다르다. 이처럼 쌍형어는 대개 제각기 다른 의미를 가지고 공존하는 현상을 보여준다.
국어의 경우 ‘살[歲]’과 ‘설[元旦]’, ‘맛[味]’과 ‘멋[格式美]’, ‘밝다[明]’와 ‘붉다[赤]’, ‘낡다[朽]’와 ‘늙다[老]’, ‘남다[餘]’와 ‘넘다[過]’ 등은 동일어형에서 나왔으나 제각기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는 쌍형어의 예들이다.
한편 ‘가리다[擇]’, ‘고르다[選]’, ‘가르다[別]’ 등은 모두 동일어형에서 나온 것으로 삼중어에 해당하는 예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예들에서 자음요소의 교체보다는 모음요소의 교체에 의하여 의미분화 내지는 다른 형태로의 생성을 해 나감을 알 수 있다. 바꾸어 말하면 국어의 쌍형어의 대부분은 모음교체(母音交替)에 의하여 생성된다는 것이다.
쌍형어의 생성원인은 인간의 문명이 발달함에 따라 새로이 전해야 할 개념이 증대했기 때문인데, 특히 하나의 어휘가 가졌던 개념내용이 새로이 분화, 발전될 경우 쌍형어의 생성이 촉진된다고 볼 수 있다. 이 경우 쌍형어의 생성방법은 어떠했는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즉, 원래의 동일 어형이 미분화된 모호한 음을 가진 상태, 그리고 그 의미 역시 미분화된 상태였다가 어느 시기에 음이 분화되면서 이 분화된 두 개의 음이 제각기 분화된 의미를 담당하게 되어 쌍형어가 생성된 것인지, 그렇지 않으면 한 어형이 여러 다의적(多義的)인 의미를 가진 상태에서 어느 시기에 특정의 의미를 담당하게 되는 다른 어형을 생성시킨 결과로 쌍형어가 공존하게 되는 것인지 하는 두 가지 경우를 추측해 볼 수 있다.
같은 어형에서 출발하여 성립된 쌍형어 가운데에는 그것들의 의미가 같은 경우도 있다. 중세국어에서의 ‘이시다’와 ‘시다[有]’, ‘니르다’와 ‘니를다[至]’, ‘구짖다’와 ‘구짇다[叱]’, ‘털’과 ‘터럭[毛]’, 브ᅀᅥᆸ’과 ‘브ᅀᅥᆨ[廚]’ 등이 그 예인데, 이들은 접미사의 연결이나 방언의 유입 또는 한쪽의 음운변화에 의하여 쌍형어의 공존이 이루어진 것이다.
국어학계에서는 이처럼 같은 어형에서 발전된 두 형태가 같은 의미를 가질 경우에만 즉 같은 어형에서 변화한 동의어만을 쌍형어라 불러왔다.
이러한 매우 제한적인 정의에 따르면 앞서 지적하였던, 동일어형에서 발전되었으나 그 의미가 다른 것들은 쌍형어의 정의에서 제외되고 만다.
그러나 쌍형어의 일반언어학적인 정의를 충실히 따른다면, 의미의 동의성 여부보다는 두 개 이상의 형태가 동일어형에서 출발한 것인지의 문제가 더 중요한 것이므로, 동일어형에서 출발한 것이라면 의미가 같든 다르든 쌍형어에 포함시켜 다루는 것이 온당한 태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