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자가 견문한 명인들의 시문 · 언행들을 붓 가는 대로 적은 글이다. 『대동야승』을 비롯한 여러 야사 총서들에는 ‘월정만필(月汀漫筆)’로 표기되어 있으나, 『청운잡총(靑韻雜叢)』 및 『시화총림』에는 ‘월정만록(月汀漫錄)’으로 기록되어 있다. 월정이란 저자인 윤근수의 아호이며, 『오음잡설(梧陰雜說)』의 필자인 두수(斗壽)는 윤근수의 맏형이다.
저작연대는 확실하지 않으나, 내용 중에서 저자가 네 차례나 북경에 왕래한 사실에 대하여 언급하면서 마지막으로 연경(燕京)에 갔던 만력(萬曆) 갑오년(1594, 선조 27)에 대하여도 기술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이 해가 상한선임을 알 수 있다. 마에마(前間恭作)의 『고선책보(古鮮冊譜)』에서는 『대동야승』의 기록을 근거로 만력 25년 정유년(1597)을 편찬연대로 단정하고 있다.
이 책에 대해서는 『연려실기술』 별집 야사목록 및 『증보문헌비고』 권246에 기록되어 있고, 이본으로 『대동야승』(권57)본 외에도 『광사』(제9집, 권122) · 『패림』(권14) · 『한고관외사』(권30)본 등이 있다. 『시화총림』(卷夏)본은 다만 9항에 지나지 않는 초략본이다.
한편, 『월정별집(月汀別集)』(4권 2책)에도 만필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것과 「월정만필」을 대조해 보면 체재나 순서뿐 아니라 내용도 출입이 많다. 『대동야승』의 「월정만필」은 제목이 붙어 있지 않고 한 항목이 끝나면 줄을 바꾸어 기록되어 있는데, 이렇게 하여 총 53장에 걸쳐 약 130여 항목이 수록되어 있다.
이 책의 주요 내용은 중국 및 우리나라의 역사 고증 · 풍속 · 문장 · 필법 · 시화(詩話) · 인물 · 설화 · 풍수 · 복서(卜筮) · 중사(中使) 접대 등에 관한 것인데, 중국은 3대(하 · 은 · 주)로부터 명나라 때까지, 우리나라는 기자조선에서부터 조선조 선조 때까지의 일을 담고 있다. 그 중에서도 중국 관계는 명나라, 특히 저자가 네 차례에 걸쳐 연경을 왕래하면서 견문한 인물 · 풍속 · 제도 등에 관하여 기록하였다.
우리나라 관계는 조선조 중기의 기묘사화나 을사사화에 관하여 비교적 소상히 기술하고 있어 이 시기 정치사회사 연구에 많은 도움이 된다. 뿐만 아니라, 국내외 문인들이 주고받은 한시들은 문학사 연구에 보탬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