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분권(不分卷) 1책. 필사본. 서문·발문·필사기 등이 없어서 편자나 필사연대를 알 수 없으나, 한글자모의 배열순서나 한글표기로 보아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 석음(釋音)으로 보아 중부방언 사용자가 편찬하였을 가능성이 높다.
각 장의 윗부분에 한글로 한자음(漢字音)을 써놓고 그 아래에 그 한자음에 해당하는 한자를 하나씩 쓴 다음 그 각 한자의 바로 아래쪽에 한글로 한자의 석을 써놓았다. 한자음은 위에 써놓았으므로 한자음은 일일이 쓰지 않고 ‘ㅣ’로 표시하여놓았다. 이 책의 한자음 표시에 나타난 자모의 배열순서를 보이면 다음과 같다.
자음은 ‘ㄱ, ㄴ, ㄷ, ㄹ, ㅁ, ㅂ, ㅅ, ㅇ, ㅈ, ㅊ, ㅋ, ㅌ, ㅍ, ㅎ’의 순서이고, 된소리는 별도로 배열하지 않고 평음자모의 속에 포함시켰다. 모음은 ‘ㅏ, ㅐ, ㅑ, ㅓ, ㅔ, ㅕ, ㅖ, ㅗ, ㅚ, ○, ㅙ, ㅛ, ㅜ, ㅟ, ㅝ, ㅞ, ㅠ, ㅡ, ㅓ, ㅣ, ·, ○’의 순서이다. 현대의 자모 배열순서와 매우 비슷하다. 종성의 배열순서도 초성의 배열순서와 동일하다.
이 책의 한자석음에 나타나는 국어학적 특징은 다음과 같다. ① 어두된소리의 표기에는 합용병서와 각자병서가 다 사용되고 있다. 합용병서는 주로 ㅅ계를 사용하고 있으나 한자음의 된소리에는 각자병서만을 사용하고 있다[ᄭᆡᄃᆞ를 각(1a), ᄯᅳ물 감(1b), ᄲᅮᆯ 각(1a), 대○ 관(4b), 꺼플 갑(1b)〕.② 동사 ‘하다(爲)’의 어간 ‘하―’가 ‘허―’로 표기된 예들이 흔히 보인다〔가ᄂᆞᆫ헐 구(5b), 방ᄌᆞ헐 교(5a), 가득헐 권(6a)〕.③ 어간말자음 ㅅ과 ㄷ은 ㅅ으로 통일하여 표기하였다.
④ ‘애’와 ‘ᄋᆡ’를 구별하여 한자음을 설정하였다. ‘아’와 ‘ᄋᆞ’도 마찬가지다〔팔 매(賣, 18a), ᄆᆡ양 ᄆᆡ(每, 19b)〕.이 책은 『언음첩고(諺音捷考)』와 함께 국어와 한자음에 대한 연구에 중요한 자료를 제공하여준다.
특히, 한자를 한자음별로 분류한 한자자전이 이 『음운첩고』라면 한자석의 가나다순으로 배열한 책이 『언음첩고』이기 때문이다. 장서각 도서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