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권 1책. 국문 필사본 6종. 국문 활자본 3종. 총 9종의 이본이 전한다.
필사본으로 단국대학교 율곡기념도서관 소장본 「이운선전(李雲仙傳)」, 연세대학교 도서관 소장본 「운션뎐」, 「십ᄉᆡᆼ구사」, 사재동 소장본 「이운션젼 권지ᄃᆞᆫ」, 박순호 소장본 「긔ᄯᅩᆼ추임록이라」, 하동호 소장본 「십생구사(十生九死)」가 있다. 활자본으로는 1925년 발간 박문서관본 「 십생구사(十生九死)」, 1930년 발간 대성서림본 「충의소설 십생구사(忠義小說 十生九死)」, 1952년 발간 세창서관본 「십생구사(十生九死)」가 있다.
점복담(占卜譚), 단명담(短命譚), 결연담(結緣譚), 신원담(伸寃譚)이 복합된 작품이다.
계림부 금릉 땅에 사는 이 상서의 아들 운선은 한 노승의 점복(占卜)으로 일찍 죽을 운명을 타고났음을 알게 된다. 운선은 액을 면하기 위해 노복 개똥과 함께 10년 동안 집을 떠나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며 밥을 빌어먹었다. 어느 날 운선은 과거를 보기 위해 황성으로 올라와 한 노고(老姑)의 집에 머물게 되고, 노고의 권유로 맹 선생을 만나 점을 쳐서 김 각로의 딸 옥향을 만나야 명을 늘릴 수 있음을 알게 된다. 이때 김 각로는 백 상서의 아들을 사위로 삼고자 정혼을 하고 백 공자에게 미리 과거 시제를 가르쳐 준다. 과거일 전날 밤에 운선은 노고의 딸 화선의 도움을 받아 여자 옷을 입고 옥향의 방에 들어가 옥향과 결연한다. 이날 밤 옥향은 운선을 죽이러 온 귀신을 축귀경(逐鬼經)을 읊어 내쫓고 과거일에 액을 면할 방법과 과거 시제를 알려 준다. 다음 날 운선은 옥향의 지시대로 자신이 죽을 시간에 축귀경을 읊는데, 운선 대신 옥향과 정혼한 백 공자가 급사한다. 운선이 과거에 장원 급제하니, 김 각로는 죽은 백 공자 대신 운선을 사위로 삼는다. 죽은 백 공자가 원귀가 되어 운선을 죽여 원수를 갚으려 하지만, 옥향이 이를 미리 알고 운선을 위기에서 구출한다. 운선은 계림부 자사가 되어 고향인 금능으로 내려가서 부모와 재회한다.
한편 형주에 김공필이라는 자가 있었는데, 시묘살이를 하였다. 이때 백기삼이라는 자가 김공필의 부인인 노씨에게 반하여, 밤에 김공필인 척 꾸며 노씨와 정을 통한다. 노씨는 후에 속은 사실을 알고 백기삼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을 죽이고 자결한다. 이에 노씨의 친정에서 김공필을 의심하여 관가에 고소하니, 김공필이 옥에 갇힌다. 이 옥사를 아무도 해결하지 못하자, 황제가 운선에게 형주자사 벼슬을 내린다. 형주에 내려온 운선은 노씨의 원혼이 삼(三) 자가 쓰인 백기(白旗)를 들고 나타난 것을 보고, 백기삼을 만나 일부러 친해진다. 그리고 백기삼에게 부인의 병에 좋은 약이 곡하는 소리가 깃들지 않은 상복(喪服)이라고 속인 후, 백기삼이 숨겨둔 상복을 꺼낼 때 붙잡아 처형한다. 이후 억울한 누명을 쓴 김공필은 풀려난다.
운선을 위해 굳은 일을 마다하지 않았던 노복 개똥은 병들었던 손발이 펴지고 어두웠던 눈이 밝아진다. 후에 운선은 개똥에게 충노비(忠奴碑)를 내리고 장군 벼슬을 준다. 그리고 노고의 딸 화선을 첩으로 들인다. 운선은 옥향에게 삼남 일녀, 화선에게 이자 이녀를 두고, 벼슬이 좌승상까지 이르러 부귀와 장수를 누린다.
이 작품의 전반부는 남자 주인공의 단명운 극복, 남녀 주인공의 결연이 주를 이룬다. 단명할 운명을 타고난 남성이 재상가의 여성과 결연하여 죽을 운명에서 벗어나게 된다는 연명설화(延命說話)를 기본 골격으로 하고 있다. 연명설화는 고전소설 「반필석전」」, 「사대장전」, 「전관산전」, 「홍연전」 등에도 수용되어 있다.
후반부에는 남자 주인공이 풀리지 않는 송사를 해결하고 원한을 풀어 주는 신원설화가 수용되어 있는데, 밀양의 「아랑 설화」나 선산의 「향랑 설화」, 고전소설 「장화홍련전」 등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고전소설 창작의 마지막 시기의 모습을 보여 주며, 충과 보은과 같은 보수적 세계관으로 회귀하는 모습, 도액(度厄) 과정에 초점을 두어 흥미와 오락성을 추구하는 모습, 소외된 인물과 하층민을 조력자로 등장시켜 강조하는 모습이 특징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