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책. 국문필사본. 계사년(癸巳年) 2월 24일 김만송(金晩松)이 필사한 것으로 되어 있으며, 가로 19.5㎝, 세로 28.5㎝ 크기에 총 48면, 매면 11행 26자 내외의 반해서체 저지본(楮紙本)이다. 숭실대학교 한국기독교박물관 김양선문고(金良善文庫)에 소장되어 있다.
반필석(班弼錫)은 팔대진사가문(八代進士家門)에서 태어났다. 그의 조상들이 과거에 급제하기만 하면 모두 죽는 이변이 있자, 어머니 박씨는 그가 과거에 응시하는 것을 극구 만류한다. 그러나 필석의 고집으로 과거 길을 떠나던 중 한 처녀를 만나 후일을 기약한다.
또 황성에서는 김 노파의 말에 따라 여복으로 변장하고 김 승상의 딸을 만나 운우지락(雲雨之樂: 남녀가 육체적으로 관계하는 즐거움)을 이룬다. 그러나 김 소저가 이미 이 승상의 아들과 정혼하고 부정으로 그를 과거에 급제시켜 임금님 앞에서 혼례를 치르기로 약속되어 있었다.
그녀를 통하여 시제(詩題)를 미리 알아 급제하여 김 소저를 아내로 얻는다. 귀향길에 그는 처음 만난 소저와도 혼인하여 두 부인과 함께 금의환향하며, 또 한 노승의 도움으로 죽음을 모면하게 된다.
그 뒤, 폐읍(廢邑)이 된 표수읍(表狩邑)의 태수로 부임한 필석은 철쇄(鐵鎖 : 자물쇠)의 도움으로 죽음을 면하였다. 또한 신관 사또를 살해하는 마귀가 천년 묵은 여우와 지렁이의 간계임을 알고 불을 놓아 그것을 죽여 명관이 된다.
그러나 한 늙은 여우는 그곳을 도망하여 중원황제의 애첩으로 둔갑하여 병을 핑계로 하여 필석의 간을 먹어야 낫는다고 요구한다. 필석은 한 노파의 지시를 받아 사나운 매와 개를 구하여 둔갑한 여우를 살해한다. 돌아오는 길에 용궁에 들러 용왕의 아들을 구해준 공으로 다시 용왕의 딸을 얻어 아내로 삼는다.
고국에 돌아온 필석은 영의정에 제수되고 대적(大賊)에게 빼앗긴 애첩 용왕의 딸을 다시 찾아 용왕의 자리를 물려받는다.
이 작품의 전반부는 결연담(結緣譚)이며, 후반부는 고행담(苦行譚)이라 할 수 있다. 세 여인을 얻게 되는 행운은 필석의 영웅적 투쟁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신불(信佛)을 통한 노승의 구원이라든지 노호와 구인(蚯蚓)이 원혼이 된 아랑형설화(阿娘型說話), 거북의 보은설화, 도둑을 퇴치하는 지하국대적제치설화(地下國大賊除治說話) 등은 작가의 풍부한 창의성을 보여주는 소재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