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책. 국문필사본. 윤백영(尹伯榮)이 소장하고 있다. 「향리도(鄕里圖)」라는 가사와 함께 한 책에 엮어진 짤막한 작품이다. 필체가 전형적인 궁체(宮體)이고, 궁가(宮家)의 전래본이라는 점, 한문어투가 많은 점 등을 이유로 중국소설을 번역한 낙선재문고의 유출이 아닌가 한다. 이 작품은 붓·벼루·종이·먹을 문방사신(文房四臣)으로 의인화하여 여성의 생활을 그린 소설이다.
가상의 나라인 사성국의 단장왕은 성품이 단정하고 온화한 사람이다. 그에게는 7명의 어진 신하가 있었고 나라는 태평하였다. 그런데 사건의 발단은 왕이 문방사신을 가까이한 데서 비롯된다. 왕이 매일매일 7명의 신하를 만나는 똑같은 일과의 되풀이에 따분한 생각이 들어 우연히 곁에 대령하고 있는 문방사신을 대해본즉, 그 여유 있고 초탈한 맛에 흠뻑 마음이 쏠린다. 그리하여 그 뒤부터 왕은 일곱 신하들은 박대하고 오직 문방사신만을 지극히 총애하였다.
이에 나라가 어지러워지자, 일곱 신하들이 소를 올린다. 그러나 왕은 대노하여 이들에게 죄를 주려 하는데, 필학사(筆學士)가 울면서 간하였다. 왕은 뉘우치고, 다시 본 위치로 되돌아온다. 그동안 나라 재정이 궁핍해져서 왕은 적장군(績將軍)과 잠사도(蠶司徒)를 기용하고, 국사에 진력한다.
그러나 문방사신들에게 가졌던 애착을 버릴 수가 없어 자주 병을 핑계하고 그들을 만난다. 그런데 네 신하에 치우치면 국사가 흐트러지고, 일곱 신하에 치우치면 생활이 너무 메말라버려, 결국 양편을 고루 사랑한다는 것으로 끝난다.
이 작품은 바늘·실·자·가위 등 바느질 용구들을 의인화한 점이 「규중칠우쟁론기(閨中七友爭論記)」를 방불하게 하나, 주부인과 7우의 관계를 왕과 7신으로 비유한 것만 보아도 「규중칠우쟁론기」에 비해 규모가 크다. 또, 「규중칠우쟁론기」가 단순히 7우의 공 다툼이 그 주제인 데 반해, 「사성록」은 훨씬 사상적이다. 주부가 여공(女工)에만 힘쓰면 너무 답답하고, 그렇다고 독서나 문필에만 기울이면 집안꼴이 안 된다는 풍자가 들어 있다.
한편, 경제적인 면에도 밝아야 한다고 보는 폭 넓은 여성관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부녀자가 글을 하면 해롭다고 보는 봉건사상에서 한 걸음 나아간 진보적 여성관을 나타내고 있으므로, 이 작품이 근대사상에 어느 정도 접근한 것이라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