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문필사본. 송나라 재상 사심보를 주인공으로 하여, 그의 곤궁한 시절과 재상이 되기까지의 일화들을 그린 작품이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송나라 효종 시절에 태주 남회에서 태어난 사심보는 일찍이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와 함께 가난하게 산다. 어려서는 어머니 한씨가 길쌈을 하여 생활을 꾸려나갔지만 심보가 18세에 이르러 더 이상 살아갈 방도가 없게 되어 아버지의 옛 친구들을 찾아가 도움을 청하기로 한다.
세 사람의 친구 가운데 처음으로 찾아간 구첨지는 너무 지독한 구두쇠여서 심보가 구걸 오는 것을 보고는 짐짓 모르는 체하고 내쫓는다. 두 번째로 찾아간 조절보는 사심보를 좀도둑으로 몰아 박대하며 내친다. 쫓겨난 심보가 길에서 울고 있을 때, 세 번째 찾아가려던 김박재를 만난다. 사정을 들은 김박재는 심보를 자기집에 데리고 가서 공부하게 하고, 심보의 어머니에게는 쌀과 비단을 주어 생활에 불편이 없게 한다. 심보는 김박재의 눈에 들어, 박재의 딸 희제와 혼인하게 된다.
김박재의 아들 아해는 성격이 방자하고 놀기를 좋아하여 강각세라는 망나니와 어울려 다닌다. 강각세는 일찍이 희제를 사모하여 구혼하였다가 거절당한 분풀이로 심보를 모함하기를 일삼는다. 김박재가 임종을 당하여 사위인 심보 내외에게 많은 재산을 남긴다. 그러나 강각세는 아해를 꾀어 그 재산을 가로채고, 심보를 취하게 하여 불질러 죽이려 한다.
사심보는 신령의 도움으로 위기를 면하고, 먼 곳으로 피해 가서 공부를 계속한다. 김박재의 집에서는 심보가 도망갔다고 하여, 희제에게 심보를 잊고 강각세와 혼인할 것을 강요한다. 희제는 이를 거절하고 시집으로 가서 시어머니 한씨와 함께 고생스럽게 살아간다. 심보는 성명을 바꾸어 은거하다가 과거를 보아 합격하여 임현주부가 된다.
금의환향한 심보는 처남인 아해의 잘못을 용서하고, 전날 자기를 박대하던 구첨지·조절보 두 사람과도 화해한다. 심보가 임현을 다스리면서 베푼 선정이 조정에까지 알려지니, 천자가 그를 불러 직접 만나고 벼슬을 높여 우승상에 이르게 한다. 만년에는 심보를 신국왕에 봉하니 그 영화가 비할 데 없었다.
고전소설 가운데는 중국의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을 소재로 취택하고 있는 작품들이 적지않다. 「강태공전」·「곽분양전」 같은 작품들이 그것이다. 이 작품도 송나라 재상 사심보를 주인공으로 삼지만 내용은 역사적 사실과는 별로 관계가 없는 허구이다.
한 사람이 가난하게 되면 친하던 친구마저 등을 돌리게 된다는 세태를 풍자적으로 비판하고, 그런 가운데서도 끝내 신의를 저버리지 않는 사람이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위인의 일생에는 힘든 고난이 있게 마련이고, 그것을 극복함으로써 위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교훈적 의도가 이 작품의 주제를 이룬다. 단국대학교 율곡기념도서관 나손문고(舊 金東旭 소장본)에 소장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