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李挺, 1297~1361)은 고려 후기 문신으로 진천군 문백면 사양리에서 출생하였다. 1325년(충숙왕 25) 음서로 팔관보판관(八關寶判官)이 되고, 이듬해 문과에 병과 2등으로 급제하였다.
관직에 올라 우상시(右常侍), 집현전학사(集賢殿學士) 등을 역임하고, 1358년(공민왕 7) 형부상서(刑部尙書)를 지낸 뒤 고향 진천에 낙향하였다. 1361년(공민왕 10) 65세에 사망하여 이곳에 묻혔다. 고려 후기 공의 가문은 이성계의 지지 세력으로, 조선 개국공신 이거이(李居易, 1348~1412)가 이정의 아들이다. 1403년(태종 3) 문간(文簡)의 시호를 받았다.
이정 묘소는 진천군 문백면 사양리의 양천산(351.1m) 북쪽 자락에 있다. 넓은 골짜기 사이로 서-동 방향으로 뻗어내린 능선의 말단부에 묘역이 조성되어 있다. 묘역 위쪽으로 봉분 2기가 앞뒤로 자리하는데 뒤쪽이 이정의 묘이고, 앞쪽이 부인 경주김씨의 묘이다. 이정의 묘는 봉분이 평면 장방형에 단면 사다리꼴로 고려~조선 초기 지배계층의 무덤으로 사용된 방형분(方形墳)의 특징을 보여 준다.
봉분 앞쪽 하단에는 장대석으로 1단의 호석을 설치하였으나 옆면과 뒷면에는 보이지 않는다. 주위에는 사성(莎城)이 둘러져 있다. 봉분 정면에 묘표가 있고, 1단 계체석 아래에 상석과 혼유석이, 양옆으로 망주석 1쌍이 세워져 있다. 높이 1.3m의 묘표는 장방형 대좌에 세워져 있으며, 상단부에 태극 문양을 새긴 구름 문양이 조각되어 있다. 전면에 ‘이서원백문간공지묘(李西原伯文簡公之墓)’라 새겨져 있다.
부인 김씨의 묘는 이정의 묘와 형태가 같다. 봉분 전면의 묘표에는 ‘변한국대부인김씨지묘(卞韓國大夫人金氏之墓)’라 새겨져 있다.
묘역 아래에는 1403년(태종 3) 건립한 이정의 신도비가 세워져 있다. 거북형 대좌 위에 지붕돌을 얹은 신도비는 권근(權近, 1352~1409)이 짓고, 아들 이거이가 세운 것이다. 묘역은 전반적으로 원형에서 변형되었지만, 봉분과 묘비는 여말선초 묘제의 특징이 남아 있다. 묘역 아래 초입에는 이정의 초상을 모신 사암영당(思庵影堂)이 자리한다.
진천 이정 묘소는 충청북도 진천군 문백면 사양6길 1-18 (사양리)에 있다. 1994년 6월 24일 충청북도 기념물로 지정되었다.
진천 이정 묘소의 묘역은 후대에 변형되었으나 봉분과 묘비는 조성 당시의 모습이 남아 있어 학술적 가치가 있다. 고려 후기 문신 이정의 생애를 살펴볼 수 있는 유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