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귀의 범접으로 앓게 된 병을 치료하는 굿을 통칭 ‘푸다시’라 하는데, 잡귀풀이는 이 푸다시의 중심 제차로 행해지며, 이밖에도 혼이 육체에서 떨어져 나가서 일어난 병을 치료하는 넋들임, 요괴인 사(邪)의 범접으로 일어난 병을 치료하는 새?림 등의 굿에서도 행하여진다.
잡귀란 사령(死靈)의 일종이다. 무속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그 영혼은 육체에서 이탈하여 저승으로 향하는데, 대개 만 2년이 지나면 저승에 완전히 간다고 믿고 있다. 그래서 만 2년 미만의 사령을 혼백 또는 ?혼〔生魂〕이라 하고, 2년이 지나면 이를 영신 (靈神)이라 하여 구별한다. 이들은 정상적인 죽음을 한 사령으로서 선한 것이다.
이에 대하여 이 세상에서 원한을 풀지 못하고 억울하게 죽었다든지, 전란 때에 비명에 죽었다든지 한 영혼은 저승에 가지 못하고 저승과 이승의 중간에서 헤매고 돌아다니다가, 그 원한을 풀려고 사람에게 범접하여 병이나 재해를 준다.
이러한 사령을 통칭 잡귀라 한다. 잡귀풀이가 중심 제차로 된 푸다시는 흔히 집에서 하지만 바닷가나 당에서 하기도 한다. 다른 굿과 마찬가지로 초감제부터 시작하여 벌풀이와 신풀이를 끝낸 다음, 본격적인 중심 제차인 잡귀풀이를 한다.
먼저 환자를 제상 앞에 앉혀 흰 무명을 머리에 덮게 하고, 심방이 신칼을 두 손에 쥐어 환자의 몸 전체를 찌르는 시늉을 하며 위협적인 어조와 가락으로 잡귀를 쫓아내는 노래를 한다. 한 구절 한 구절 노래해 가면 옆에서 북과 장구로 장단을 치는 소미가 복창을 하며 더욱 위협적인 가락과 분위기를 조성한다.
심방이 쫓아내는 잡귀에는 산신군졸(山神軍卒)·용왕군졸(龍王軍卒), 거리거리에 춥고 굶주린 잡귀, 신당군졸·본단군졸, 크고 작은 돌무더기마다 놀던 잡귀, 잔 소나무 밭 어귀마다 놀던 잡귀, 냇가·개울가마다 놀던 잡귀, 비명에 죽어간 군졸, 물에 빠져 죽은 군졸, 목매어 죽은 군졸, 남자로도 보이고 여자로도 보이는 군졸 등이 있다.
이처럼 나열할 수 있는 잡귀를 모조리 나열하며 물러가라고 위협한다. 이 나열해 가는 잡귀 가운데 하나라도 범접해 있는 잡귀가 적중하게 되어 있다. 심방은 이렇게 잡귀를 호명하여 쫓으며 “만일 아니 물러서면 축문쟁이 불러다가 옥추경(玉樞經)을 스물 한번 읽고, 오방신장을 불러 몸을 결박하여 지옥에 떨어뜨리겠다.”고 위협하고, 신칼로 찌르면서 협박한다.
그래서 최후에 “쑤어나라! 쑤어나라! 헛쉬! 헛쉬!”라고 외치면서 잡귀를 쫓아내고, 술을 환자 위에 뿜어버린다. 이와 같은 잡귀풀이를 세 번 되풀이하고, 모든 신을 돌려보내는 도진을 한 뒤, 끌레기(꾸러미)치송(治送 : 행장을 차려 떠나 보냄.)을 마지막으로 하여 끝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