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중기에 최유청(崔惟淸)이 지은 한시. 오언고시 9수로 ≪동문선≫ 권4에 실려 있다. <잡흥>은 작자가 양주(楊州)에 있을 때에 지은 작품이다. 전원의 한가로움과 그곳에서 소요하는 심경을 읊고 있다.
<잡흥>의 처음은 봄의 정경을 묘사하며 인생은 홀연히 바람 앞에 선 촛불과 같다. 부귀하려는 마음에 죽기 전에 만족할 사람이 있는가 하고 탄식하였다. 그리고 계수나무의 곧은 절개를 칭송하였다.
은거하는 사람으로서 천도(天道)의 유행을 감사할 뿐이다. 인생의 덧없음을 생각하면 차라리 술로 배 채우고 마음을 비우느니만 못하다고 탄식하였다. 봄은 옛날과 다름없다. 그러나 얼굴에 주름살은 해마다 늘어나니 길가의 버들 하늘거리는 것이 야속하기만 하다고 읊었다.
<잡흥>의 마지막에는 인생의 도를 터득한 듯한 태도를 보여 준다. 선(禪)에 대하여 한가로움으로 시험하였다고 하며 마음의 얽매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하였다. 마음의 근원이 맑으면 만상이 얼음처럼 풀어진다고 하였다. 우선 큰 어리석은 자가 되겠다는 것으로 끝맺음하고 있다.
<잡흥>에는 선비의 기개와 선의 흔적이 엿보인다. 유불도(儒佛道)의 여러 사상 및 노장사상이 용해되어 있다. “은거하는 사람이 한밤 내내 잠을 못들어, 새벽을 기다려 창문을 여니, 만물은 각각 제 성품 이루어 천도(天道)의 유행을 우러러 감사한다.”라는 구절과 “지사(志士)는 사업을 아낀다.
그런데 소인(小人)은 재물을 탐내어 생각하네.”와 같은 구절에서는 유가적인 사상이 농후하다. “도(道)란 본래부터 닦을 것 없다. 마음이 일찍 얽매임에서 벗어나야 한다.”, “꼼짝 않고 우뚝 앉아서 우선 큰 어리석은 자 되련다.” 같은 것은 불교적인 선사상 또는 도가적인 정취가 느껴지는 구절이다.
<잡흥>은 서경적인 내용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그 당시의 시들과는 달리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고 있다는 것에 이 시의 특징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