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에서 동쪽으로 약 30㎞ 되는 곳에 하나의 독립적인 산 저악(猪岳)이 있는데, 높이 143m 되는 평탄한 곳에 발달한 비자나무의 숲이다. 제주도 유일의 민속마을로 지정된 성읍리와 직선거리 11㎞, 만장굴과는 12㎞ 떨어져 있다. 기암(基巖)은 현무암인데 곳곳에 노출되어 있고, 표토는 풍화한 화산재가 깊게 쌓였으며 자갈이 많다.
한라산 천연보호구역 안에 있었으며 1966년 10월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 이후 지정 면적을 달리하여 1993년 8월 19일 천연기념물 “제주 평대리 비자나무 숲”으로 변경되었다.
이 숲은 비자나무의 단순림으로 보아야 하지만 그 안에 다른 활엽수종이 자라고 있다. 기록에 의하면 50년 전에는 이 곳에 약 2,800그루의 비자나무가 있었으나, 근래에는 약 2,000여 그루가 있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비자나무는 모두 오래된 거목으로 장엄한 분위기를 이루고 있다.
이 숲에는 팽나무 · 천선과나무 · 비목나무 · 예덕나무 · 무환자나무 · 곰의말채 · 덧나무 등이 함께 자라고 있다. 그밖에 해송 · 자귀나무 · 때죽나무 · 서나무 · 느티나무 · 검탱나무 · 푸조나무 · 고추나무 · 함다리나무 · 가막살나무 · 작살나무 · 국수나무 · 청미래덩굴 · 청가시덩굴 · 인동 · 송악 · 마삭굴 등이 있다.
전체적으로 조사된 내용을 보면 목본식물은 45과 72속 111종이며, 그 중 활엽수종이 40종, 상록수종이 16종, 낙엽수종이 95종으로 집계되었다.
흉고직경의 자람을 보면 무작위로 추출한 54그루의 평균치비교로 40년간 (1940∼1980) 28. 7㎝로 계산되었다. 범위(range)는 28∼70㎝:50∼110㎝로 측정되었다. 수고생장으로는 3.4m가 자라고 있었으며, 범위는 3.0∼11.0m(1940):7.0∼14.0m(1980)로 나타났다.
제주도는 탐라국으로 알려졌고 남해에 위치하고 있어서 일본 · 중국 등과 교역이 이루어져 건축과 조선을 위한 목재의 벌출(伐出)은 육지부보다 더 빨랐다. 그뿐만 아니라, 제주도에는 육지에 없는 각종 식물이 있어서 특산물로 수출되었다.
가령, 고려 때부터 조선에 들어오면서 제주도의 비자열매와 그 목재는 토산공물(土産貢物)로 바쳐졌으며, 뒤에 가서는 비자는 약용으로 과세(課稅)의 대상이 되었다. 흉년이 들어 비자나무 목재의 상납을 5년간 중지시킨 판지(判旨)도 있다.
『경국대전』에 “비자나무는 국가용재로 귀중한 것이므로 마을 주민 가운데에서 간수인을 위촉하여 해마다 그 수량을 보고하라.”는 내용이 있다. 『동국여지승람』에도 제주도의 토산물로 귤 · 유자 · 비자 · 밤을 기록하고, 과원은 모두 둘레에 축장(築墻)을 한다 하였는데, 열매를 얻기 위하여 비자나무 숲도 과원으로 취급되어 둘레에 돌담을 쌓고 보호한 것이다.
평대리 비자나무 숲의 역사는 대단히 길며, 비자나무의 수령은 300∼600년으로 추정된다. 이 숲은 옛날 귀중재의 생산목적뿐만 아니라 과수원으로서의 기능도 중요하였고, 지금은 아름다운 수풀의 면모를 유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