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국조신화 ()

구비문학
작품
조선 건국에 관한 신화.
이칭
이칭
조선건국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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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요약

「조선국조신화」는 조선 건국과 관련된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가리키는데, 대체로 이성계가 조선을 세울 때 일어났던 사건들에 관한 내용으로 구성된다. 「용비어천가」와 같은 신화적 서사는 이성계가 하늘의 선택을 받아 절대적 존재의 지원 속에서 조선을 일으켜 세운 건국의 정당성을 옹호하는 내용으로 구성된다. 문헌에 기록된 이 같은 서사는 이전에 전해 내려온 것들과 달리 일종의 ‘만들어진 신화’다. 구전 이야기 속 이성계는 초월적 존재의 선택을 받지 못한 존재로서, 장차 조선의 왕이 될 민중 속의 새로운 누군가와 대립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정의
조선 건국에 관한 신화.
전승 및 채록

「조선국조신화」는 문헌으로 전승(傳承)되는 것과 구전되는 이야기가 있다. 문헌으로 전승되는 조선 건국의 이야기는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에 수록된 서사들을 가리킨다. 「용비어천가」에 수록된 신화적 서사는 의례(儀禮)나 주술과의 연관 속에서 구술 전승되는 신화(神話)와 달리 처음부터 문헌에 기록된 '만들어진 신화'다. 「용비어천가」의 이야기는 하늘의 선택에 따라 절대적 존재의 도움을 받는 천우신조(天佑神助) 속 이성계(李成桂)의 존재를 부각해 조선 건국의 정당성을 옹호하고 설파(說破)하는 서사라고 할 수 있다.

이성계의 조선 건국에 얽힌 구전설화(口傳說話)는 이와는 전혀 다른 방향의 주제 효과를 만들어 낸다. 구전되는 이야기 속에서 이성계는 지리산 산신과 같은 초월적 존재의 선택을 받지 못한다. 선택을 받은 것은 우투리와 같은 민중 속의 새로운 존재다. 새로운 세계 질서를 구축하고 그 중심에 설 누군가를 제치고 이성계는 스스로 조선의 왕이 되고자 한다. 이 새로운 질서의 구심이 될 자와의 대립 속에서 이성계는 현실적 승리를 쟁취하고 조선의 왕이 되지만 이야기는 이성계가 결국 어떤 결핍을 지닌 존재일 수밖에 없음을 암시하는 여운을 남긴다.

내용

조선 건국에 관한 신화적 서사를 대표하는 문헌 기록은 「용비어천가」다. 「용비어천가」는 이성계와 이성계의 6대조 선조들의 행적을 천우신조의 주제 맥락 위에서 전개해 나가는데 이들이 만들어 내는 사건의 흐름은 모두 조선 건국이라는 사건으로 수렴된다. ‘조선 건국’의 정당성을 설파하기 위해 「용비어천가」는 '조선 건국'이라는 사건을 신화적 사건의 신성성 위에 구축한다. 이와 같은 맥락 위에서 조선 건국은 하늘이 정한 일이며 조선 건국의 주인공들은 하늘이 선택한 이들로 설정된다. 조선이라는 세계를 건설하는 신화적 사건의 중심에 이성계를 중심으로 한 이씨 왕조의 적통(嫡統)들이 존재하며 이들은 곧 ‘용’의 표상(表象)을 입음으로써 새롭게 건설되는 우주의 중심이라는 신화적 상징성을 내포하게 된다. 이들에게 닥치는 위기와 이 위기를 모면하는 데 도움을 주는 초월적 힘, 그리고 선택된 ‘중심’임을 보여 주는 '금척(金尺)'의 표상이 모두 이와 같은 상징성을 뒷받침한다.

「용비어천가」 제1장의 ‘해동육룡’은 목조(穆祖) · 익조(翼祖) · 도조(度祖) · 환조(桓祖)태조(太祖)의 선조 네 사람과, 태조 · 태종(太宗)의 두 왕을 가리킨다. 태조는 잠룡(潛龍)으로 상징되는데, 다른 용들은 이 태조가 왕위에 오를 것을 예언하기 위하여 나타난다.

이성계의 선조들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용비어천가」는 이성계와 이성계의 조선 건국이라는 사건을 중심으로 서술되어 있다. 예를 들어 「용비어천가」의 총 125장에서 인물들이 활약한 양상을 양적으로 살펴보면, 이성계가 80장, 이방원(李芳遠)이 21장, 익조가 9장, 도조가 6장, 목조가 3장, 환조가 2장에서 등장한다. 이 통계에 의하면 「용비어천가」의 주인공은 이성계이며, 다음 순서로 초점을 맞추는 인물은 이방원이다.

「용비어천가」에서 이성계의 선조들이 등장하는 것은 이성계의 적통이 처음부터 하늘의 선택과 도움을 받은 것이었음을 드러내는 동시에 이성계라는 인물의 영웅적 면모와 신성성을 더욱 부각하기 위해서이다. 「용비어천가」에서 이성계는 신화적 맥락에서 금척을 받아 ‘우주의 중심’으로서의 표상성을 드러내며, 동시에 하늘의 선택과 도움을 받는 신성성을 보여 준다. 그러나 다른 한편 이성계는 매우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내며 ‘이상적인 영웅’으로 형상화되기도 한다. 그는 이야기 속에서 백전백승하는 용맹한 장수로 등장할 뿐 아니라, 정치적 업적이 크고 인간적으로 우애가 있으며 학자인 동시에 겸손함의 덕을 갖춘 인물로 그려진다.

「용비어천가」는 구술 전승되며 예전부터 전해 내려온 신화가 아니라, 조선 건국의 정당성을 설파하기 위해 ‘만들어진 신화’라고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구술 전승의 신화적 모티프와 상징적 표상들을 차용해 오기도 하였다. 예를 들어 「용비어천가」 제22장에 나타난 용의 표상은 다른 장에 등장하는 용의 형식적 상징성과는 다른 의미를 드러낸다. 이 장에서는 도조가 백룡(白龍)을 도와서 흑룡(黑龍)을 퇴치하는데, 백룡은 도조에게 장차 자손이 왕위에 오를 것을 예언하는 존재다. 여기서 인간에게 도움을 청하는 백룡은 선한 편인데 반해, 흑룡은 다른 용들과 구별되는 악룡(惡龍)이다. 이와 같은 용의 서사는 신라 「거타지 설화(居陀知說話)」나 고려 건국 서사 속 「작제건 설화(作帝建說話)」에 등장하는 용의 표상을 떠올리게 만든다. 이들 이야기에서는 영웅적 인물이 자신의 신성성을 입증하기 위해 부정적 의미를 띠는 초월적 존재를 퇴치하고 용을 구하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용비어천가」에서도 도조는 자기 후손의 미래를 예언하여 그 후손의 신성성을 입증하는 백룡을 구하기 위해 흑룡을 퇴치한다. 이와 같은 용의 표상은 인물의 영웅적 면모와 신화적 상징성을 드러내기 용을 구출하는 모티프가 결합하는 서사적 전통을 차용해 온 것으로 볼 수 있다.

구전되는 이야기 속에서 이성계는 조선의 왕이 되기 위해 전국 팔도의 산신들에게 제사를 지내고 다닌 것으로 그려진다. 어느 날 소금 장수가 떠돌아다니다 날이 저물어 산속 깊은 나무 둥치 안에서 잠이 들었는데 이때 여러 산신들이 나누는 대화를 듣게 된다. 이 대화에서 대부분의 산신들은 조선의 왕이 되기 위해 산신들의 허락을 얻겠다며 산신제(山神祭)를 지내고 다니는 이성계의 행동을 흡족하게 받아들인다. 그런데 오직 지리산신만이 이성계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한다. 지리산신은 우투리와 같은 존재가 민간에서 태어나 장차 조선의 왕이 될 것이라 말하며, 이성계는 조선의 왕이 될 자가 아니라고 단언한다. 소금 장수는 밤사이 자신이 들은 산신들의 대화를 이성계에게 전한다. 이성계가 이 말을 듣고 군사들을 풀어 우투리처럼 ‘민중 속에서 조선의 왕이 되려고 태어난 자’를 찾아 무찌른다. 그리고 자신이 아닌 다른 자를 조선의 왕으로 선택한 지리산신을 서울에서 먼 곳으로 귀양을 보낸다.

의의 및 평가

「용비어천가」는 시종일관 이성계의 조선 건국의 정당성을 드러낸다. 그러면서 이를 설파하기 위해, 이성계를 하늘의 선택을 받은 신성한 존재로 형상화하고, 조선 건국을 신화적 사건으로 그려 내는 서사에 힘을 집중한다. 이는 역설적으로 고려의 신하였던 이성계가 고려 왕실에 대한 충(忠)을 끝까지 실천하지 못하고 스스로 왕이 되어 새로운 나라를 일으켜 세운 것이 온전한 정치적 정당성을 획득할 수 없는 일이었음을 반증한다. 이 때문에 더욱 적극적으로 이성계만이 아니라 이성계의 선조들까지 앞세워 이성계 개인만이 아닌 혈통 자체를 신성시하려는 의도를 드러내는 것이다. 이와 같은 흐름 속에서 이성계의 선조들과 이성계가 하는 모든 일에는 천우신조의 힘이 개입되며, 이성계는 금척 같은 상징물을 증여 받은 신성한 존재로 등장한다. 그는 하늘로부터 선택 받은 자인 동시에 새로운 세계인 조선을 건국하도록 내정된 인물인 것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선택의 권위는 의심할 수 없는 절대적 힘으로부터 주어진 것으로 그려진다.

「용비어천가」가 조선 건국의 정당성을 설파하는 방식은 조선 건국의 모든 사건을 유교적 이상 사회로 가정되는 하(夏) · 은(殷) · 주(周) 시대의 사건들에 빗대어 표현하는 방식을 통해서도 드러난다. 유교 경전이 내세우는 중국 역사의 전범(典範)에 해당하는 사건들을 나열한 후 이성계의 선조들과 이성계의 행적이 이에 비견하는 것임을 내세우는 서사 전략을 취한 것이다. 「용비어천가」 대부분의 장은 중국의 하(夏) · 은(殷) · 주(周) · 수(隋) · 당(唐) 시대에 있었던 기이하고 신화적인 사건을 늘어놓는 앞절과 이에 대응하는 이성계와 이성계 선조들의 행적을 늘어놓는 뒷절로 구성되어 있다.

한편 구전의 이야기는 「용비어천가」와는 다른 결의 서사를 보여 준다. 구전 이야기에서 이성계는 끝내 ‘조선의 왕이 될 민중 속 누군가’를 해치우고 조선의 왕이 되지만 이 과정에서 이성계가 초월적이고 절대적인 존재에게 맨 처음 선택된 자가 아니었음을 보여 준다. 그리고 이성계가 아닌 그 누군가는 ‘민중’ 속에서 태어나 성장한 자이며, 인간으로 태어나 성장한 그와 달리 처음부터 초월적이고 신성한 존재로 그려진다. 구전의 이야기는 이성계가 ‘조선의 왕이 될 누군가’ · ‘조선이라는 새로운 세계를 건설한 새로운 우주의 중심이 될 자’를 격퇴하고 스스로 왕이 된 자임을 드러냄으로써 이성계를 ‘결핍된 존재’ · ‘정당성을 온전히 획득하지 못한 존재’로 그려낸다.

참고문헌

원전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

논문

김보현, 「용비어천가의 해석의미론적 연구」(서강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13)
김선아, 「용비어천가 연구 :서사시적 구조분석과 신화적 성격」(숙명여대학교 박사학위논문, 1986)

인터넷 자료

한국학자료센터(kostma.aks.ac.kr)
집필자
김영희(연세대학교 교수, 구비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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