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청사기 기면(器面)을 백토 분장(粉粧)한 후 문양을 조각칼로 오목새김하는 기법을 말한다. 특히 ‘조화’라는 명칭은 주로 모란이나 국화, 당초문(唐草文)과 같은 초화문(草花文)을 오목새김하였기 때문에 붙여진 것으로 보인다. 기법 상으로만 보면 오목새김기법이라고 해도 무방하나 일반적인 오목새김기법과 달리 특별히 분청사기 중에서 백토 분장한 후 오목새김한 것을 따로 구별하여 부르고 있다.
조화기법은 문양을 백토 위에 선각(線刻)하는데 초벌구이 후 유약(釉藥)을 발라 구우면 선각한 부분은 검붉은 태토(胎土) 색상을 그대로 드러내서 배경이 되는 백토 분장 부분의 백색과 대조를 이룬다. 장식된 문양들은 하얀 캔버스 위에 속도감 있는 필치로 강하게 내리그은 필선(筆線)처럼 회화적인 느낌을 준다.
주로 장식된 문양들은 기하학적인 추상문(抽象文)에서 물고기·모란·국화·연꽃·가옥(家屋)·버드나무·인물 등 매우 다양하다. 자유분방하고 비구상(非具象)적인 문양과 강하고 빠른 오목새김선 등이 어울려 분청사기만이 지니는 독특한 멋을 창출하는 데 주된 구실을 한다.
조화기법을 사용한 분청사기는 분청사기 초창기인 15세기 초반부터 각 가마터에서 출토되었다. 따라서 고려청자의 쇠퇴 이후 고려청자의 상감이나 오목새김 같은 조각기법을 전승하면서 새로이 백토 분장을 더한 분청사기 초기부터 등장한 기법이라 할 수 있다. 지역적으로는 특히 호남지방에서 상대적으로 많은 양이 출토되었다.
이는 여러 요인이 있겠으나 이 지역이 조각칼을 사용하는 청자 제작의 전통이 강하게 남아 있었고, 이러한 장식기법을 선호한 지역적인 특성도 작용하였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 기법 역시 분청사기의 소멸과 함께 16세기 후반부터는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