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게가 져다 버린 범

목차
구비문학
작품
호랑이를 퇴치하기 위해 마련된 여러 장애물을 거쳐 맨 마지막에 지게가 호랑이를 져다 버린다는 내용의 설화.
이칭
이칭
쇠똥에 자빠진 범
• 본 항목의 내용은 해당 분야 전문가의 추천을 통해 선정된 집필자의 학술적 견해로 한국학중앙연구원의 공식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목차
정의
호랑이를 퇴치하기 위해 마련된 여러 장애물을 거쳐 맨 마지막에 지게가 호랑이를 져다 버린다는 내용의 설화.
내용

설화의 형식담 중 누적적 진행 형식을 취하는 반복담의 한 유형이다.

손진태(孫晉泰)는 『조선민족설화의 연구』(1947)에서 이것을 ‘쇠똥에 자빠진 범’으로 이름을 지은 바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기록, 보고된 국내 자료 10여 편을 검토하여 보면, 쇠똥이 전혀 등장하지 않거나, 쇠똥 대신 개똥으로 되어 있는 것도 많은 반면, 모든 자료의 결말이 지게가 범을 져다 버리는 것으로 되어 있다. 때문에 ‘지게가 져다 버린 범’이라는 명칭이 더 합리적일 것으로 생각된다. 이 유형은 우리나라에서 매우 널리 알려진 것으로, 그중 대표적으로 둘만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제1유형 ① 할머니의 무밭을 호랑이가 못 쓰게 만들었다. ② 할머니는 팥죽을 쑤어 주겠다며 호랑이를 초대하였다. ③ 장독간의 화로에는 꺼진 숯불, 부엌의 물통에는 고춧가루, 선반의 행주에는 바늘, 부엌문 밖에는 쇠똥, 마당에는 멍석, 대문간에는 지게를 준비하였다. ④ ㉠ 호랑이가 춥다고 하니 할머니는 장독간에 가서 불을 가져오라고 일렀다. ㉡ 숯불이 꺼졌다(입으로 불어 보아라.). ㉢ 눈에 불티가 들어갔다(물통에 씻어라.). ㉣ 아프다(선반에 행주로 닦아라.). ㉤ 범이 비로소 속은 줄 알고 부엌문으로 뛰어나오다가 쇠똥을 밟아 미끄러졌다. ㉥ 멍석이 와서 둘둘 말았다. ㉦ 지게가 져다 바닷물 속에 내버렸다.

(2) 제2유형 ① 호랑이가 팥을 까고 있는 할머니에게 팥 까기 내기를 제안, 할머니가 졌다. ② 할머니가 울고 있자니, 파리가 날아와 말하였다. “팥죽 한 그릇 주면 못 잡아 먹게 하지.” 이하 바늘·달걀·게·지게·절구통·멍석 들이 차례로 등장하여 똑같이 제안한다. ③ ㉠ 호랑이가 방에 들어가려다가 바늘에 찔렸다. ㉡ 불을 켜려 하니 파리가 꺼 버렸다. ㉢ 불을 헤쳤더니 달걀이 튀어나와 눈을 쳤다. ㉣ 물통에 씻으려 하니 게가 나와 물었다. ㉤ 놀라 뛰어나가니 절구통이 때렸다. ㉥ 멍석이 와서 말아 버렸다. ㉦ 지게가 져다 강물에 버렸다.

이 두 유형 중에서 앞에 것은 할머니 자신의 꾀로, 뒤에 것은 도움을 얻어서 호랑이를 물리친다는 점 외에는 별로 다른 점이 없다. 특히, 두 번째 유형은 동물들이 의인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동물담으로 분류될 수도 있겠으나, 전체적인 이야기가 일정한 형식을 따라 진행된다는 점에서 형식담으로 분류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구전 자료들을 정리해 보면, 대체로 악한 자는 호랑이, 약한 자는 할머니로 되어 있는 것이 보통이지만, 각 편에 따라서는 악한 자가 건장한 사내로, 약한 자가 처녀로 되어 있는 것도 있다.

또한, 원조자들도 다소 차이가 있는데, 원조자 및 그들의 보복 과정을 정리해 보면, [방 안]파리(혹은 풍뎅이)→[재 속]달걀(혹은 밤)→[물통]게(또는 고춧가루)→[부엌 바닥]쇠똥(개똥)→[문지방 위, 또는 들보 위]절구통(또는 맷돌)→[마당]멍석→동아줄→[대문간]지게→(호미)의 순으로 된다.

이 유형을 집중적으로 연구한 핀란드의 아르네(Aarne,A.)는 위와 같은 유형을 아시아형이라 하고, 유럽형을 다시 서구형(西歐型)인 ‘야영하는 동물들(The Animals in Night Quarters AT 130)’과 동구형(東歐型)인 ‘여행하는 수탉·암탉·오리·핀·바늘(Cock, Hen, Duck, Pin, and Needle on a Journey, AT 210)’로 나누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자료들은 유형 210에 해당된다고 하겠다.

아르네에 의하면, 이 이야기는 아시아에서 발생하여 서남아시아로부터 발칸 반도를 거쳐, 러시아·독일·이탈리아·스페인까지 미치고, 동쪽으로는 중국·한국을 거쳐 일본에 이르고, 한편 몽고를 거쳐 베링 해협을 건너 캐나다·북미 서안(西岸)으로, 또 한 갈래는 마안마 반도를 거쳐 수마트라·자바로 전파되었다고 한다.

손진태도 『조선민족설화의 연구』에서 이 설화는 불전설화(佛典說話)에서 유래하여, 티베트와 몽고를 거쳐 우리나라로 수입된 것이라 추정한 바 있다.

그런데 같은 아시아형에 속하는 것이라 하더라도, 지역에 따라 심한 차이를 보여 주고 있다. 에버하르트(Eberhard,W.)에 의하면, 중국에는 이 이야기가 20여 곳에서 채집, 보고되었는데, 설화 중의 악한 자가 돼지나 둔갑한 고양이·범·곰·괴물·도둑·표범·원숭이 등으로 매우 다양하게 나타난다고 한다.

또한, 일본에서는 이 이야기가 사루카니갓셍[猿蟹合戰]이라는 유형의 후반부에 포함되어 전국적으로 분포되고 있다. 또한 옛 문헌에도 기록되어 있어, 일본의 5대 민담 중의 하나로 꼽히고 있을 정도이다. 일본의 경우는 악한 자가 보통 원숭이로 나타나고, 약한 자는 게, 원조자는 밤(혹은 달걀)·전갈·바늘·쇠똥·절구 등으로 나타난다.

참고문헌

「설화연구의 제측면」(조희웅, 『고전문학을 찾아서』, 문학과 지성사, 1976)
The Folktale(Thompson,S., 1946)
• 항목 내용은 해당 분야 전문가의 추천을 거쳐 선정된 집필자의 학술적 견해로, 한국학중앙연구원의 공식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사실과 다른 내용, 주관적 서술 문제 등이 제기된 경우 사실 확인 및 보완 등을 위해 해당 항목 서비스가 임시 중단될 수 있습니다.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공공저작물로서 공공누리 제도에 따라 이용 가능합니다. 백과사전 내용 중 글을 인용하고자 할 때는
   '[출처: 항목명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과 같이 출처 표기를 하여야 합니다.
• 단, 미디어 자료는 자유 이용 가능한 자료에 개별적으로 공공누리 표시를 부착하고 있으므로, 이를 확인하신 후 이용하시기 바랍니다.
미디어ID
저작권
촬영지
주제어
사진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