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책이다.”, “이것은 책이 아니다.”의 ‘-이다, 아니다’를 최현배의 ≪우리말본≫에서 ‘잡음씨’라고 하였다.
이 지정사를 동사·형용사와 함께 용언의 한가지로 보고, 그의 10품사 중의 하나로 세웠다. 지정사로서의 ‘-이다’와 ‘아니다’의 ‘-이-’, ‘아니-’는 어간, ‘-다’는 어미가 된다.
≪우리말본≫보다 조금 앞선 박승빈(朴勝彬)의 ≪조선어학강의요지 朝鮮語學講義要旨≫에서도 ‘-이다’를 지정사라고 한 바 있는데, 이 문법은 분석적 체계의 것이므로 ‘-이-’만을 지정사로 지칭하는 것이 된다.
‘-이다’의 부정은 ‘아니다’로 이것은 ‘안+이+다’로 분석되며, 이때의 ‘안’은 부사이고, ‘-이-’가 지정사라고 하였다.
한편, 정인승(鄭寅承)의 ≪표준고등말본≫에서는 ‘-이다’를 서술격조사로, ‘아니다’를 형용사 (불완전형용사)로 보았는데, ‘-이-’는 서술격조사의 어간이라 하였다.
이희승(李熙昇)의 ≪초급국어문법≫에서는 체언도 활용한다고 하고, ‘-이다’는 체언의 활용어미로 보았는데, 이 때의 ‘-이-’는 자음으로 끝난 체언 뒤에만 쓰이는 일종의 조음소 같은 것으로 보았다.
이숭녕(李崇寧)은 ≪고등국어문법≫에서 ‘-이다’를 서술격어미라고 하고, 다른 격어미와는 달리 서술격어미는 활용을 한다고 하였다. 이 서술격어미의 ‘-이-’는 그 앞에 오는 체언이 자음으로 끝났을 때만 나타나는 조음소와 같은 것이라 하였다. 그리고 ‘아니다’는 형용사로 처리하였다.
또, 김윤경(金允經)의 ≪고등나라말본≫에서도 ‘-이다’의 ‘-이-’는 자음으로 끝난 체언 다음에만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 ‘-다’는 토씨라고 하였다.
이 ‘-이다’를 하나의 독립품사인 지정사로 세울 수 있느냐에 대하여 문법학자들 사이에 많은 논란이 있었다.
‘-이다’를 독립품사로 세울 수 없다고 주장하는 이들의 이론적 근거는, 첫째로 ‘-이다’가 자립하여 쓰일 수 없는 의존형식이라는 것, 둘째로 ‘-이다’의 ‘-이-’가 그 앞에 오는 체언의 끝소리가 모음일 때는 쓰이지 않고 자음일 때만 나타나는데, 용언의 어간은 이렇게 음운론적 환경에 따라 생략될 수 없는 것이니 ‘-이-’는 용언의 어간이 될 수 없고, 또 아무런 문법적 기능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조사도 의존형식인데, 만약 조사를 독립품사로 세운다면 ‘-이다’를 의존형식이라는 이유로 독립품사가 될 수 없다고 하기 어렵다. 또, ‘-이다’의 ‘-이-’가 조음소와 같은 존재로 자음 뒤에만 쓰인다고 하는 것도 잘못이다.
‘나무였다, 나무이어야, 나무임……’ 등을 ‘ *나무었다, *나무어야, *나뭄……’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은 모음 뒤에서도 ‘-이-’가 쓰이기 때문이며, ‘-이다’의 ‘-이-’가 조음소가 아닌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특수한 경우이기는 하나 “그가 집에 있다더라.”는 “그가 집에 있다고 하더라.”에서 인용조사 ‘-고’와 인용동사 ‘하다’의 어간 ‘하-’가 줄어서 된 말인데, 용언의 어간이 생략될 수 있음을 보이는 예인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이-’를 용언의 어간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하는 주장은 수긍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이다’를 조사로 처리하면 용언이 아닌 단어가 활용한다는 것을 인정하여야 할 뿐만 아니라, 모든 조사가 다 활용을 하지 않는데 ‘-이다’ 하나만이 활용한다는 것을 인정하는 모순이 생기게 된다.
‘-이다’를 서술격어미라 하고 서술격만이 활용한다고 하는 것도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1963년에 제정된 문교부의 <학교문법통일안>에는 ‘-이다’가 서술격조사로 처리되었다.
따라서, 그 뒤에 발행된 문법교과서에는 ‘-이다’가 모두 서술격조사로 되어 있다. 지정사는 앞으로도 논의될 여지가 많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