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국어와 현대국어 사이의 시대구분은 견해의 차이가 있다. 이 시기 초기에 언문일치운동이 일어났으며, 공사문서·신문·잡지 등의 인쇄물이 대량화하여 공통어가 형성되었다.
또, 이 시기는 현존인의 생존연대와도 일치한다. 현대국어는 공통어·지역방언·계층어·전문어 등을 모두 포괄하되, 좁은 뜻으로는 국민 모두 사이의 의사소통이 가능한 공통어를 지칭할 수 있다.
현대국어의 음운은 자음으로,
ㅂ ㄷ ㅈ ㅅ ㄱ
ㅃ ㄸ ㅉ ㅆ ㄲ
ㅍ ㅌ ㅊ ㅋ ㅎ
ㅁ ㄴ ㅇ
ㄹ
그리고 모음으로는 단모음에
ㅣ(ㅟ)ㅡ ㅜ
ㅔ ㅚ ㅓ ㅗ
ㅐ ㅏ
복모음에
ㅖ ㅒ ㅕ ㅠ ㅛ ㅑ ㅟ ㅙ ㅞ
ㅝ ○ ㅢ
가 있다. 현대국어의 자음은 폐쇄음과 파찰음에 평음(예사소리)·경음(된소리)·격음(거센소리) 등의 세 계열이 있다. 평음인 /ㅂ/·/ㄷ/·/ㅈ/·/ㄱ/은 어두에서는 약한 기(氣)를 수반하는 무성음 (안울림소리)으로 모음과 모음 사이, 그리고 비음과 모음 사이에서 유성음 (울림소리)이 된다.
유기음 /ㅍ/·/ㅌ/·/ㅊ/·/ㅋ/은 어두에서는 강한 기를 띤 무성음으로, 모음 사이에서나 비음과 모음 사이에서 기가 약화된 무성음이 된다.
마찰음에는 평음과 경음만이 있는데 /ㅅ/은 어두에서는 기가 강하며, 모음 사이에서나 비음과 모음 사이에서 기는 약화되지만 유성음이 되지는 않는다. /ㅅ/은 구개모음 앞에서는 구개음화하며 이 점은 /ㄴ/·/ㄹ/도 한가지이다.
/ㅇ/[ŋ]· /ㄹ/은 어두에 나타나지 않으며, /ㄴ/은 어두에서 구개모음 앞에 나타나지 않는다. 다만, 외래어의 경우에 ‘라디오·라일락·리본’ 등에서와 같이 /ㄹ/이 어두에 나타나는 것은 새로운 변화이다.
또, /ㄹ/은 모음 사이에서는 [r] 로, 그밖의 자리에서는 [l] 로 발음된다. 어말이나 다른 자음 앞에서 /ㅂ/·/ㅍ/:/ㄷ/·/ㅌ/·/ㅈ/·/ㅊ/·/ㅅ/·/ㅆ/·/ㄱ/·/ㅋ/·/ㄲ/은 모두 내파(內破)하여 [p○] / [t○] / [k○] 로 각각 실현된다. 현대국어에서는 어두나 어말에 자음군이 오지 않는다.
현대국어의 모음체계는 /ㅚ/·/ㅟ/를 단모음으로 인정하면 위에 보인 것과 같은 체계가 될 것이다. 서울·경기 지역에서는 이들이 어두에서 [we] · [wi] 로 발음되고, 세대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자음 뒤에서 [ø] / [y] 로 발음되기도 한다.
/ㅓ/는 서울지역에서 긴소리로 발음될 때에는 [ ə ] 에 가깝고, 짧게 발음될 때에는 [ ○ ] 에 가깝다. 단 젊은층에서는 이 구별이 사라지고 있다.
/ㅡ/와 /ㅓ/, 그리고 /ㅐ/와 /ㅔ/는 동남방언에서는 구별이 안 된다. 서울지역에서도 /ㅐ/와 /ㅔ/는 젊은 세대에서는그 구별이 잘 안 되고 있다. /ㅐ/가 /ㅔ/에 끌려가는 경향이다.
/ㅢ/는 어두에서는/ㅡ/, 그 밖의 자리에서는 /ㅣ/로 발음되는 경향이 있으며, 속격의 ‘의’는 서울지역에서는 ‘에’로 발음된다. <맞춤법통일안>에서 ‘긔(ㅢ)’ 등은 인정하지 않고 ‘희(希)’는 인정하였으나 최근에는 이것도 ‘히’로 발음되며, ‘계(桂)·폐(肺)’도 ‘게·페’로 발음이 굳어가고 있다.
현대국어에서 모음조화는 의성어·의태어에 남아 있고, 용언의 어간이 모음으로 끝날 때 부사형어미 ‘―아·어’가 모음조화법칙에 의하여 연결되는 정도로 남아 있다. 그러나 이것도 요즈음 구어에서는 양성모음 밑에서도 ‘빨어서’·‘막었다’와 같이 음성모음이 오는 경향이 있다. ‘몇→○’, ‘겨→게’, ‘볕→○’과 같은 전설음화, ‘고추→꼬추’, ‘그치다→끄치다’와 같은 어두의 된소리되기 경향도 현대국어의 특징이라 할만하다.
현대국어의 존대법에는 주체존대와 상대존대가 있다. 주체존대는 ‘―(으)시―’로 표시되며, 상대존대는 합쇼체·하오체·하게체·해라체와 반말의 등급으로 표현된다. 최근의 젊은 세대는 하오체와 하게체는 쓰지 않고, 해요체가 큰 세력을 가지고 쓰인다. 그리하여 합쇼체·해라체·해요체와 반말이 쓰이고 있다.
조사 ‘―께서’는 근래에는 덜 쓰이는 경향이 있다. 한편, 접사 ‘―님’의 쓰임이 늘어나고 있어 ‘도지사님·장관님·의원님……’과 같이 쓰인다. 명사 뒤에서 비교를 나타내는 ‘―보다’가 ‘보다 좋은(좀더 좋은)’과 같이 부사처럼 쓰이고, ‘―에서부터의……’와 같이 격조사를 여럿 겹쳐 쓰는 일이 흔하여졌다.
그리고 ‘소 한 마리가……’에 대하여 ‘한 마리의 소가……’, ‘한 소가……’와 같이 쓰이는 경향이 있는데, 이러한 표현들은 각각 일본어·영어 등의 영향으로 생각된다. 또, 최근 젊은층에서는 피동이나 사동 표현을 중첩하여 쓰는 경향(예:하게 되어지다, 먹이게 하다)이 있는데, 이도 영어의 영향에 관계가 있는 듯하다.
현대국어는 어휘에 있어서 커다란 변화가 있었다. 개화기 이후 우리 사회가 현대화하는 과정에서 외국으로부터 많은 문물을 수용하여야 하였고, 또 내부에 있어서도 각 방면의 변화가 폭이 커서 새로운 어휘가 많이 필요하였기 때문이다. 개화기 이후 오랫동안 이러한 신어(新語)의 요구는 한자에 의한 신어에 의하여 충족되었다. 그래서 한자어의 수가 폭증하게 되었다.
그 중에는 우리보다 먼저 서양문화를 받아들인 일본이나 중국에서 만들어진 말이 흘러 들어온 것이 많다. ‘철학·과학·화학·기하·자동차·철로·조합·회사·우표……’ 등과 그 밖에 일상용어로 ‘직접·간접·조건·절대……’ 등, 그리고 최근의 ‘공해·핵가족……’ 등 한자의 조어가 거의 무제한으로 만들어졌다.
파생접사까지도 한자로 된 것이 많은데, ‘―화(化)’·‘―적(的)’·‘―주의(主義)’·‘반―(反)’ 등 무수한 파생어를 만들어내고 있다.
개화기 이후에 독립·자존의 의식이 싹트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말이 필요할 때에는 물론, 외래어나 한자어까지도 순우리말로 말을 만들어 쓰려는 노력이 있어 왔다.
‘한글·건널목·가락국수·그·그네·튀김·마름모꼴·지름·더하기·빼기·덧셈·뺄셈·차려·쉬어·보기·알림……’ 등이 그러한 예이다. 국내에서 만들어졌건, 일본이나 중국에서 들여왔건 이미 쓰여오던 한자말이나 외래어를 순우리말로 바꾸려는 운동은 그 노력에 비하여 성과가 적었던 것이 사실이다.
한편, 대중 사이에서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난 순우리말 신어도 적지 않았다. ‘새치기·소매치기·손톱깎이……’와 같은 말들이 손쉽게 ‘요코도리·스리·쓰메키리……’와 같은 일본어 대신에 대체되었으며, 1950년대 이후에는 대중에 의한 우리말 신어가 급작스레 늘고 있다.
‘불고기·아빠·꽃꽂이……’ 등이 그러한 예이다. 최근에는 많은 상품이름·상점이름이 순우리말로 되어가는 경향이 있다. 그밖에 ‘겨레’와 같이 본래 고어이던 것을 약간 뜻을 달리하여 재생한 것들이 있으며, 시인·작가들이 ‘고요’와 같이 이미 쓰이던 말을 손질하여 새말로 만든 것들도 있다.
한때 한자조어의 습관과 그 조어력에 눌려 쇠퇴한 우리말 조어가 최근에 대중들에 의하여 새로운 각도로 생명력을 얻어가는 경향이 있다.
예로부터 써오던 한자어로서 그 어원이 한자라는 것을 일반이 인식하지 못하는 말들이 많아지고, 국어화한 것들이 늘어감에 따라 ‘맞춤법·먹성·밥상·생나무……’와 같이 순국어와 한자로 합성된 말들도 많이 생겨났다.
외래어로는 일제의 침략과 그 지배의 결과로 인한 일본어적인 요소들이 있고, 동양의 다른 여러 나라와 마찬가지로 서구어계통의 외래어가 많은데, 그 중에는 일본을 통하여 들어온 것과 직수입된 것들이 섞여 있다.
일본어계통의 일상어로서 ‘냄비’ 같은 것은 우리말이 되었고, 아직도 ‘우동·조시·와리바시……’ 등이 살아 있으며, 특히 기술분야에 일본어적인 요소가 많다.
‘우라가에·에리·우와기·구미타테·시아게·미다시……’ 등 양복점·건축·인쇄관계의 용어들이 계속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
서구어계통의 말로 ‘구두·즈봉·남포……’ 등은 이들이 본래 외국어였다는 것을 모를 만큼 우리말이 되었으며, ‘버스·가스·라디오·텔레비전·마사지·파이프·베란다·잉크·소파·커튼·샤워·알루미늄·알코올·오버코트……’와 같은 말들이 자리를 굳혔고, ‘바캉스·러시아워·모럴·디자인·스푼……’과 같은 말들이 계속 새로 들어오고 있다.
더 나아가서 ‘홈드레스·에그프라이·사인북……’ 같이 국내에서 외국어를 조합하여 만든 말도 생겨났다. 또, ‘펜대·버스표·파티복·코트깃·스포츠정신……’ 등과 같이 우리말 또는 한자어와 서구외래어와의 합성어도 흔하게 되었다. 현대국어에는 ‘불백(불고기백반)·노조(노동조합)·도공(도로공사)……’과 같은 약어가 쓰이게 된 것도 한 특징이라 할만하다.
한자어나 서구외래어로 인하여 본디부터 쓰이던 고유어와 동의어가 생기게 되는데, 이때에는 고유어보다 한자어, 그리고 전부터 쓰이던 말보다 서구외래어가 더 점잖거나 높임말 또는 더 크고 화려한 것을 뜻하게 되는 이중구조가 생기게 되었다. ‘출입―나들이, 치아―이, 도로―길, 캠퍼스―교정, 히프―궁둥이, 타월―수건……’ 등이 그러한 예이다.
[표준어·방언] 현대국어는 공통 통용어로서의 표준어와 각 지역의 방언이 있다. 표준어는 1933년에 공표된 <한글맞춤법통일안>에 현재 중류사회에서 쓰는 서울말로 규정되어 있고, 1936년에 조선어학회의 표준어사정위원회에서 9,000여개의 어휘를 표준어로 사정하여 공표한 바 있다.
그리고 조선어학회에서 1947∼1957년에 걸쳐 ≪큰사전≫을 완성함으로써 표준어사전의 구실을 하였고, 광복 이후 학교교육이 표준어의 보급에 크게 힘써 왔다.
표준어는 그것이 사정된 지 거의 반세기가 지나 언어 현실과 어긋나는 것이 있어서, 최근에 국어연구소 주관으로 표준어를 새로 사정하고 있다. 현대국어의 지역방언은 대체로 서북(평안도)방언·동북(함경도)방언·서남(전라도)방언·동남(경상도)방언·중부방언·제주방언의 여섯으로 구분할 수 있다.
동북방언과 동남방언은 성조(聲調)가 있는 것이 특징이며, 서북방언은 구개음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이다. 동북방언과 동남방언을 제외하고는 음장(音長)이 있는데, 제주방언은 성조와 음장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광복 이후 남북이 분단된 채 한 세대 이상이 지나도록 교류가 없어 언어의 차이가 점점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남한에서는 표준어의 보급으로 지역방언의 차가 많이 좁혀지고, 지역방언의 특징이 사라져가고 있다.
특히, 6·25로 인구의 이동과 혼합이 크게 이루어져서 이질적인 방언들이 많이 섞여 있으며, 서울말은 여러 지역방언들을 기반으로 새롭게 형성되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갑오개혁 이전에 국어의 문체는 상류층의 한문, 부녀자와 하류층의 언문, 중간계층의 언문과 한문으로 된 혼용체나 이두문(吏讀文)이 있었다.
그것이 갑오개혁을 전후한 언문일치운동으로 한문체와 이두문체는 차차 없어져 갔고, 언문체와 언한문체(諺漢文體), 곧 국문체와 국한문체가 자리를 굳혀 왔다. 갑오개혁 당시의 국한문혼용체는 한문에 국문으로 토를 다는 정도의 것이었다.
한편, 국문체는 일상 회화체를 그대로 국문으로 썼다. 이러한 두 가지 문체가 차차 국문체 쪽으로 통일되어 왔다. 즉, 3·1운동 이후로는 국한문혼용체라 하여 위의 예와 같이 한문에 토를 단 것 같은 문체는 쓰이지 않게 되고 낱말 표기만 한자로 하는 정도에 그치게 되었다.
그것도 광복 후 1948년에 한글전용이 법조문화하는 등 한글전용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된 결과로 차차 한자의 사용이 적어지는 추세에 있으며, 언문일치가 거의 완벽하게 이루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