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 국보로 지정되었다. 백자 상감초화문 편병(白磁象嵌草花文扁甁) 높이 22.1㎝, 백자 상감묘지(白磁象嵌墓誌) 세로 38.6㎝, 가로 20.4㎝. 삼성미술관 리움 소장.
진양군 영인 정씨는 세조 때 언양현감을 지낸 김윤(金潤)의 어머니이다. 진양군은 출신 지역의 명칭이고 영인은 4품 벼슬 관리의 부인에게 주는 칭호이다. 정씨의 묘에서 편병(扁甁), 접시, 대접, 잔, 묘지(墓誌) 등 백자 10점이 출토되었다. 이 중에서 백자 상감초화문 편병, 백자 상감묘지, 백자 귀잡이잔 및 잔받침 등 3점의 유물은 그 남은 예가 드문 것으로, 상태가 양호하고 조형성이 뛰어나다. 그리고 제작 연대가 확실하여 조선 도자사의 편년(編年)을 가늠하는 데에 중요한 자료이다.
백자 상감묘지는 위패의 모습을 하고 있다. 위쪽의 연잎무늬는 묘지 상단의 윤곽을 잡고 있는데 묘지를 덮고 있듯이 연잎이 자연스럽게 선각(線刻)되었다. 아래쪽은 양단에 두 겹의 빗금을 긋고 그 안에 연꽃을 선각하였다.
묘지문(墓誌文)은 일곱 줄로 적혀 있는데, 한가운데에는 칸을 넓게 잡아 굵은 글씨로 제액(題額)을 쓰고 양쪽의 여섯 칸에 정씨의 가계, 가족상황, 사망일시 등의 내용을 적었다. 특히 1466년(세조 12)에 정씨가 사망하였다는 사실이 기록되어 있어 여기에서 나온 유물들의 제작 연대를 알 수 있게 되었다.
대체로 묘지의 형식은 이화여자대학교박물관 소장의 선덕10년명(宣德十年銘, 1435) 청자 상감묘지와 동일하다. 연질(軟質)의 태토(胎土)에 글씨와 무늬를 흑색상감으로 새겨 넣었고, 유약은 백자유(白磁釉)를 엷게 입혔고 미세한 균열을 보인다.
백자 상감초화문 편병은 몸통이 둥글고 옆면을 없애 앞뒤로 배가 불러 있으며, 받침굽이 좁고 높아 특이한 형태를 취하고 있다. 흑색상감으로 선각된 모란무늬는 활발하고 능란한 필치와 자연스러운 구성이 돋보인다. 태토는 연질이고 유약은 백자유를 입혔고 미세한 균열이 나 있다.
또 한 점의 순백자인 귀잡이잔과 잔받침도 조선 초기의 백자로 톱니바퀴모양의 손잡이는 매우 희귀한 예이며, 명기(明器: 장사 지낼 때 죽은 사람과 함께 묻는 그릇)로 제작된 것으로 생각된다.
백자 상감초화문 편병와 백자 상감묘지는 태토의 질로 보아서 고려백자의 전통을 이어받은 듯하며 편병에 나타난 특이한 모양은 지방색이 짙다고 생각되므로, 이들은 언양 또는 거창 등 경상도의 백자가마에서 제작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