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보물로 지정되었다. 「추성부」는 중국 송나라 때의 문인 구양수(歐陽修)가 지은 글로, 조선 후기의 화가 김홍도가 이를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다. 화면의 왼쪽에는 「추성부」 전체의 글이 김홍도의 글씨로 쓰여져 있다. 글의 끄트머리를 ‘乙丑年冬至後三日 丹邱寫(을축년동지후삼일 단구사)’라 맺고 있어 이 그림이 1805년에 제작된 것임을 알 수 있다.
화면의 오른쪽에는 메마르고 성근 수풀과 함께 산이 그려져 있고, 화면 한가운데에는 초가집이 있으며, 둥근 항아리 창 안으로는 어렴풋이 구양수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주인공이 책을 읽다 동자에게 무슨 소리인지 나가서 살피라 했더니 “하늘에서 달과 별은 맑게 빛나 천하를 비추고 사방은 고요한데 소리는 수풀 사이에서 들린다.”고 동자가 대답하는 장면을 그려낸 것이다. 이 그림에서 동자는 수풀의 바람소리 나는 쪽을 가리키고 있고, 마당에는 두 마리 학이 목을 빼고 입을 벌리고 있으며, 나무들은 바람에 흔들리며 떨어진 낙엽들도 드문드문 흩날리고 있다. 왼쪽에는 둥치 굵은 나무가 두세 그루 서 있고 그 옆쪽에는 초가집 하나가 대숲에 둘러싸여 있으며 위로는 달이 떠 있다.
옆으로 길게 펼쳐진 이 그림은 좌우에 겹겹이 배치된 산과 언덕, 그리고 수풀이 화면 가운데의 초가집과 마당을 에워싸듯 묘사되었는데, 주된 소재를 한가운데에 배치하고 주위를 배경으로 아우르는 김홍도 특유의 화면구성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마른 가지들이 이리저리 꺾인 채 뻗어 오르며 끝이 갈라지는 나무들 모양 또한 김홍도가 즐겨 쓰는 화법임을 알 수 있다.
이 작품은 김홍도가 별세하기 얼마 전에 그린 것으로 노년기에 구양수가 느낀 쓸쓸한 가을밤의 서정을 노래한 것처럼 역시 노년에 접어든 김홍도가 비슷한 감흥을 일으켜 구양수의 글을 그림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화면 전체에 김홍도 특유의 화면구성이 보이고 있으며, 평소 즐겨 쓰는 화법이 나타나 있는 귀중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