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당시 이 마을이 대정현에 속하여 있었으므로 ‘대정현성황사(大靜縣城隍祠)’라고도 하였으며, 지금의 고산리 당산봉(堂山峯) 기슭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신증동국여지승람』 제주목조에 따르면, 매년 봄·가을에 남녀가 무리를 지어 광양당(廣壤堂)·차귀당에서 술과 고기를 갖추고 신에게 제사지냈다 하고, 또 회색 뱀이 보이면 이를 차귀지신(遮歸之神)이라 하여 죽이지 않았다고 한다.
이로 미루어보아 차귀당은 제주시에 있었던 광양당과 더불어 제주도 민간신앙의 쌍벽을 이루었던 큰 신당이었음을 알 수 있는데, 제주도에 흔한 사신(蛇神)을 모셨던 신당이었음도 알 수 있다.
또, 이 문헌의 기록에 따르면 차귀당은 사귀(蛇鬼)를 모신 당인데, 당집 벽이나 대들보·주춧돌 할 것 없이 뱀이 떼를 지어 얽혀 있었으며, 제사를 지낼 때 뱀이 나타나지 않으면 상서롭다고 하였다. 이로 미루어보아 뱀신앙의 신당이었음이 더욱 확실하여지는데, 그 당집도 규모를 갖춘 것이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제주도 뱀신앙의 대표적 신당으로 민간신앙의 중추를 이루어왔는데, 조선 숙종 때 이형상(李衡祥) 목사가 도내 신당 129개 처를 파괴할 때 불타 없어졌다. 당시 차귀당이 있었던 곳으로 추정되는 곳에는 현재 당목잇당이라는 고산리 본향당이 있다. 신목 앞에 돌로 제단을 만들고, 돌담울타리를 둘러놓은 형태이다.
신명은 ‘ᄉᆞ해용신또’라 하고 매년 정월 축일(丑日)을 제일로 하여 부녀자들이 당에 가서 가내안전을 기원하고 있다.
이 당의 전승에 따르면, 옛날 법성이라는 사람이 바닷가에서 돌함을 주워 당산봉 기슭으로 옮겨 깨어보니 황구렁이가 그 속에서 나왔는데, 이 사신이 본향신이 되었다고 한다. 이 본풀이에도 신이 뱀으로 되어 있는 점이 옛 문헌기록의 사신숭배와 통하는 바가 있어, 옛 차귀당의 잔영이 아닌가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