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본으로는 총 3종이 전하는데, 국문필사본 2종, 한문필사본 1종이다. 장서각본은 10권 10책의 완질 한글필사본이다. 서강대학교 도서관 소장본은 1책의 낙질본이다. 국립중앙도서관 소장본은 3권 3책의 완질 한문필사본이다. 한문본은 3권 3책 28회로 총 452면 12행, 매행 24자로 균일하게 필사되어 있다.
국립중앙도서관 소장본에 내용의 누락이 있는 점으로 미루어 볼 때, 원본 한문본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장서각본은 한자의 와전이나 장회의 누락으로 미루어 한문본을 번역한 이본임을 알 수 있다.
서문은 작가를 추정하는 데에 주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서문에 따르면 『청백운』은 초료산주인(鷦鷯山主人)이 썼다. 작가는 홍낙술(洪樂述)이 유력하다. 홍낙술의 고종사촌 이택수(李澤遂, 1739∼1777)의 문집에 「초료산기(鷦鷯山記)」가 실려 있는데, 이 글에는 홍낙술이 집 한쪽에 가산을 꾸며 초료산(鷦鷯山)이라 명명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또, 홍낙술의 아버지 홍인한(洪麟漢, 1722∼1776)은 송나라 때 도사(道師) 진박(陳搏)의 격언을 외우며 살았다고 하는데, 진박은 『청백운』에서 주인공의 스승으로 등장한다. 이때 주인공 두쌍성에게 전수한 격언은 홍인한이 외우던 것과 동일하다.
또, 같은 풍산홍씨인 홍봉한(洪鳳漢)은 『순오지(旬五志)』를 썼는데, 여기에 『청백운』과 유사 삽화가 등장한다. 풍산홍씨 가문이 야담과 소설을 즐기는 집안이었다는 사실은, 홍낙술을 『청백운』의 작자로 추정하는 데에 주요한 방증이 될 수 있다.
송나라 명문가의 아들로 태어난 두쌍성은 편모슬하에서 자라다가 희이 선생의 제자가 된다. 희이 선생은 두쌍성이 세속의 공명을 피할 수 없음을 알고 청운의 길을 권한다. 세속에 돌아온 두쌍성은 재덕을 갖춘 호씨를 부인으로 얻었으며, 호씨는 가난 속에서도 효도를 잘하였다. 두쌍성은 과거에 장원급제를 하여 천자의 총애를 입고 어진 신하가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천자가 권한 술에 취하여 집으로 오던 길목에서 창기 나교란과 여섬요에게 혹하게 된다. 그 때문에 병이 난 두쌍성을 위하여 호씨는 시어머니의 허락을 얻고 두 창기를 집안에 들인다. 시어머니가 죽은 뒤, 두 창기는 호씨를 모함하여 결국은 귀양까지 보내고 도중에서 해칠 계책을 꾸민다.
호씨는 청녕 도사와 묘현의 도움으로 구출되고, 두쌍성의 깨달음으로 창기들의 음모가 밝혀진다. 그러자 나교란은 외국으로 도망가서 송나라를 치게 한다. 두쌍성이 원수가 되어 이를 막다가 독화살을 맞고 위험에 처하였는데, 희이 선생을 만나 신이한 재주를 배운 호씨가 구해준다.
두쌍성은 공을 세워 돌아오고, 궁녀로 행세하던 여섬요도 두쌍성에게 하사되어 그 정체가 탄로난다. 결국 두 창기는 함께 벌을 받는다. 이후 두쌍성은 일찍 은퇴하여 일가가 한 자리에 모여 복록을 누리다가 신선이 되어 세상을 떠난다.
주인공 두쌍성은 명문가에서 태어나, 뛰어난 재질을 갖추었으면서도 스스로 한계를 지니고 있다. 이에 문제해결은 주인공이 아닌 막후인물 희이 선생에 의하여 이루어진다. 세속과 비세속을 청운(靑雲)과 백운(白雲)으로 상징하였고, 그 두 세계 사이를 연결하는 초월적 존재로 희이 선생·청녕 도사·묘현을 설정하여, 그들을 매개로 범상한 인물이 비세속으로 옮아가는 것을 결말로 삼았다.
주인공의 적대자로서 등장하는 권력 있는 천자나 간신은 그 의미가 약화되거나 거의 없다. 반면에 두 첩에게 매혹된 주인공 자신의 어리석음이 수난을 자초하게 된 결정적 이유가 된다. 그러나 수난은 부인 호씨에게 집중된다. 이 작품은 불가항력적인 장애보다, 스스로 자초한 장애를 설정함으로써 일상적이고 현실적인 인물의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
『청백운』은 가문소설적 구조라고 할 수 있는 ‘가문의 확립→가문의 번성’이라는 서사 수순을 따른다. 그러나 세대별로 가문 흥성 과정을 서술하기 보다는 주인공 1인에게 이야기를 집중시킨다. 또, 소설의 끝에 후속세대의 흥성을 중심에 놓기보다 주인공 부부의 복락을 중심에 놓고 있다. 이는 『청백운』이 전대 소설의 전통을 흡수하면서 뚜렷한 작가의식을 통해 새로운 작품을 창작한 결과이다. 『청백운』은 19세기 한문장편소설의 초기 양상을 보여주는 작품으로서 소설사적 의의를 지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