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초행 걸음’, ‘초행 걸음 한다’라고 표현하는데, 초행은 신랑이 혼례 전 두 번째 신부집에 가는 재행(再行)과 대조가 되는 말이다. 초행을 떠나는 것은 전안지례(奠雁之禮)의 시간에 맞추고 양가의 거리를 계산하여 집을 나선다.
특히 신앙이 강한 집에서는 초행을 떠나는 마당에 무당을 데려와 손을 비비기도 하고, 푼주(너부룩한 사기그릇)에 물을 담아 그 위에 바가지를 띄워 놓고 촛불을 켜고 초행길이 무사하기를 빌기도 한다.
초행에 수행하는 사람은 신랑집을 대표하는 상객(上客)이 있고, 신랑과 동년배나 손위가 되는 남자로 후행(後行)이 있다. 또, 청사초롱을 든 소동(小童)이 있는데, 함진아비가 따르고 사모관대를 가져갈 때는 이것을 든 사람이 따른다.
상객은 가마를 타고 신랑은 말을 타는 것이 원칙이었다. 따라서 초행 행렬에는 많은 경우 수십 명이 되기도 한다. 신랑이 탈 말이 없으면 신랑도 가마를 탄다. 초행의 행렬은 많은 사람이 의기당당하게 행진함으로써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다.
한편, 대로를 활보하는 행렬이 마주 오는 행렬과 부딪치면 좀체 양보를 하지 않아 양편에서 물러서기를 주장하고 결국 싸움이 된다. 옛날에는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났다.
초행이 신부 마을에 도착하면 신부집에서 대반 또는 인접(人接)이라 부르는 안내자가 초행 걸음 온 신랑 일행을 맞이하여 정방에 들게 된다. 정방에서 신랑 일행이 여장을 풀고 요기를 하며, 신랑은 사모관대로 갈아입고 혼례시간에 맞추어 대례청인 신부집으로 들어선다.
이러한 전통적인 초행은 근대화와 함께 혼인풍속의 변화로 차츰 소멸되어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