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언고시 각 14구. 『동문선』 권7에 실려 있고, 작자의 유고를 모은 『제정집(霽亭集)』에도 전한다. 원제목은 ‘김회옹남귀작촌중사시가이증(金晦翁南歸作村中四時歌以贈)’이다.
이 작품은 김회옹이 남으로 돌아갈 때에 지어준 시로, 시골 사람들과 스스럼없이 사귀며 거기에 안주하는 자신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춘·하·추·동 4연으로 되어 있다.
1연에서는 뻐꾸기 울고 도랑물 콸콸 흐르는 농촌의 풍경과, 농사일을 준비하는 농군 틈에 어린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습이 함께 그려져 있다. 2연은 누렇게 익어가는 보리밭, 김매는 농군의 노랫소리 어우러진 사이에 거문고 타는 은자의 모습을 담고 있다.
3연에서는 기러기 날고 타작 마당의 볏더미 수북한 가운데 흥에 취한 은자의 한일함이 잘 그려져 있다. 4연에는 농사일이 끝난 겨울, 오두막에 백탄불을 피워놓고 창밖의 대나무 스치는 소리를 들으면서 시를 쓰는 작가의 모습이 담겨 있다.
이 시는 전반적으로 농촌 현실을 평화롭게 그리고 있어 그의 또다른 시 「전부탄(田婦嘆)」에서 보이는 비판적 요소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김극기(金克己)의 「전가사시(田家四時)」, 홍간(洪侃)의 「차운화김둔촌사시시구공운(次韻和金鈍村四時詩歐公韻)」 등 전가사(田歌詞)의 전통을 따르고 있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