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현(成俔)이 자신의 분신인 부휴자(浮休子)와 허구적인 인물을 등장시켜 담론을 펼친 책으로, 제자백가서(諸子百家書) 양식의 독립된 책으로는 한국에서 거의 유일하다.
서ㆍ발문이 전하지 않아 편찬이나 발간의 경위가 자세하지 않지만, 성현의 여러 저술과 『부휴자담론』의 내용을 함께 볼 때 바람직한 군왕과 신료, 학자, 문장가, 예능인 등의 전범을 보여주기 위하여 이 책을 저술한 것으로 보인다.
목판본. 6권 1책(90장). 16세기 무렵 간행된 것으로 추정된다. 규장각에 소장되어 있다. 같은 내용의 필사본이 규장각에 전한다. 『부휴자담론』은 서ㆍ발문이 없고 편찬자도 밝혀져 있지 않지만 김안국(金安國)의 〈허백당선생문대성공행장(虛白堂先生文戴成公行狀)〉에 『부휴자담론』 6권이 성현의 저술이라 되어 있다.
『부휴자담론』은 송 소식(蘇軾)의 『애자잡설(艾子雜說)』이나 명 유기(劉基)의 『욱리자(郁離子)』 등과 유사한 양식의 대화체 담론으로 되어 있다. 주인공 부휴자는 성현의 분신이지만, 작품 안에서는 중국의 전국시대(戰國時代) 때의 제자백가와 같은 유세가로 설정되어 있다. 〈부휴자전〉에 따르면 “태어나서 세상에 몸을 붙여 산다는 것은 물에 떠다니는 것과 같고, 죽어서 세상을 떠나는 것은 쉬는 것과 같으니, 떠다니는 것이 또한 무엇이 영광이겠으며, 쉬는 것이 또 무엇이 슬픈 것이겠는가?”라는 뜻에서 부휴자라 한 것이다.
『부휴자담론』은 〈아언(雅言)〉‚ 〈우언(寓言)>‚ <보언(補言)>으로 구성되어 있다. 권1과 권2가 〈아언〉인데 권1에 18화, 권2에 22화가 수록되어 있다. 〈아언〉은 직설적이고 합리적인 언술을 뜻한다. ‘부휴자왈’로 시작하거나, 객의 질문에 대한 부휴자의 대답으로 되어 있으며, 부휴자의 입을 통하여 정치, 사회 전반에 대한 직설적인 담론을 개진하였다. 정치적인 문제나 사회적인 병리에 대한 비판이나 풍자는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우언〉은 권3에 17화, 권4에 20화가 수록되어 있다. 〈우언〉은 하나의 서사적인 이야기를 꾸미고 이를 통하여 주제를 드러낸다. 부휴자가 등장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허구적으로 설정된 다른 인물들 상호간의 대화로 구성되어 있다. 〈아언〉이 바람직한 임금과 신하의 상이라는 이상적인 명제를 직설적으로 제시하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우언〉에서는 잘못된 사례를 내걸고 이를 풍자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군왕의 실정을 우회적으로 비판하고 가렴주구를 일삼는 권신을 풍자하는 한편, 공훈이나 능력이 없으면서 높은 자리를 탐내는 자들을 공박하며, 또 권귀한 자들의 비윤리적인 삶의 태도를 질타하고 있다. 〈보언〉은 권5에 16화, 권7에 17화가 수록되어 있다. 기왕의 역사서 등에 있는 이야기를 차용하여 서사적인 얼개를 꾸민 다음, 역사 인물의 입을 통하여 어떤 문제에 대한 담론을 펼치는 방식으로 되어 있다. 『좌전(左傳)』, 『사기(史記)』, 『열녀전(列女傳)』 등에 보이는 역사적 사건을 바탕으로 하여 역사 인물의 담론을 허구적으로 구성하였다. 담론의 주체가 〈아언〉은 부휴자이고, 〈우언〉은 허구적인 인물이며, 〈보언〉은 역사 인물이다. 허구적인 사건을 구성하여 담론을 개진하는 〈우언〉과 함께, 역사에 가필하여 담론을 개진하는 〈보언〉은 정치적인 문제나 사회적인 병리에 대하여 비판의 정도가 강하다.
제자백가서 양식의 『부휴자담론』은 한국의 우언문학에서 매우 중요한 지위를 차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