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승루」는 조선 후기에 향유된 작자·연대 미상의 국문 장편소설이다. 당나라를 배경으로, 소창 가문 자녀들의 결연 과정을 그리고 있다. 부자간의 이합(離合), 영웅적 군담, 처처 간의 쟁총(爭寵), 궁중의 음모와 갈등 등의 삽화가 삽입되었고, 지절(志節)이 뛰어난 주인공들에 혼암한 천자와 태후, 사악한 곽소옥의 형상을 대비시키고 있다. 「취승루」는 「구운몽」·「장화홍련전」·「숙향전」을 모방했고, 「몽옥쌍봉연록」과도 관련성이 있다. 그 외 영고탑 회귀설, 숭유억불 정책, 면신례 등 우리나라의 역사적·문화적 현실과도 밀착되어 있다.
「취승루」는 30권 30책의 국문 필사본으로,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에 소장되어 있다. 소창의 가문을 중심으로 하여 두 딸 난염·혜염과 아들 원, 그리고 각각 혼인 관계로 맺어지는 설현·경원량·이장원의 가문에 얽힌 복잡한 사건으로 구성된다. 장회(章回) 형식의 가문소설(家門小說)이다.
작품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당나라 대력 연간(大曆年間)에 소창은 양주로 낙향하여 살면서, 쌍둥이 딸 난염·혜염과 아들 원을 낳는다. 딸이 아홉 살, 원이 세 살이 되었을 때 동정호에서 풍랑을 만나 아들 원을 잃는다. 천여 리를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던 원은 서주 월출산에서 부인 유씨와 딸 문성과 살고 있던 처사 이장원에 의해 구해져서 길러진다.
두 딸이 열세 살이 되자, 소 처사(소창)는 설현의 아들 명성을 난염의 배필로, 역모죄를 쓰고 죽은 친구 경원량의 아들 희옥을 혜염의 배필로 정한다. 과거에 응시하여 희옥은 장원, 명성은 탐화에 급제하여 벼슬에 오른다. 희옥이 아버지와 삼촌의 죄를 씻어줄 것을 청하였는데 아버지의 죄만 씻기자, 희옥은 벼슬에 나가지 않는다.
경희옥의 여동생 선염은 삼년상을 마친 뒤 친척 집에 의탁하기 위해 남복으로 변장하고 화주로 향하다가, 남악 형산에서 여선 위 부인을 만난다. 선염은 위 부인에게 천서(天書) 세 권을 배우고, 꿈에 나타난 현녀 낭랑이 주는 술을 마신 뒤 용력을 얻는다. 소 처사는 유람 길에 이장원을 만나 친아들 원을 찾고 벽운산으로 돌아온다.
이장원의 딸 문성과 소원이 혼례를 치른다. 소원은 문무 양과에 장원 급제한다. 곽분양의 장자이며 승평공주의 부군인 곽위가 딸 소옥을 소원의 제이 부인으로 청혼하지만, 소 처사가 청혼을 거절한다. 태후의 강권으로 천자가 곽소옥과 소원을 혼인시키길 명하였으나〔賜婚〕, 소 처사는 이를 거듭 거절한다. 이에 천자는 소원을 하옥시킨다.
연북절도사 사사명이 반란을 일으키고 활주와 위박의 두 땅이 반역하자 천자는 원을 옥에서 꺼내어 파견한다. 원이 사사명을 굴복시키고 병부상서에 제수된다. 천자가 다시 소옥과 소원을 혼인시키길 명령하였으나 소원은 다시 거절한다. 태후는 소원을 옥에 가두게 하고 이 부인(이문성)을 몰래 잡아들여 북각에 가둔다.
북쪽 오랑캐 돌궐이 호(胡)의 야여룡과 더불어 모반하니, 소원이 다시 출전한다. 이 부인은 북각에 갇혀 고초를 겪다가 황후와 천자의 눈에 띄어 풀려나고 ‘숙렬부인’에 봉해진다. 소 원수(소원)는 팔로(八路) 제후와 함께 출전하여 번이왕 주찬보의 군대를 물리친다. 이때 경선염이 남복을 입고 나타나 소 원수를 돕는다.
다음 해 봄에 경선염이 과거에 응시하여 장원에 뽑힌다. 경선염은 그 전에 아버지와 삼촌의 누명을 벗길 인물을 잡아 천자께 소를 올려 사핵하여, 아버지와 삼촌의 명예를 보존하게 한다. 또한 진정표(陳情表)를 올려 자신이 여자의 몸임을 밝히니, 천자가 경선염을 양녀로 삼아 문성공주로 봉해 소원과 혼인시켰다. 그리고 곽소옥은 소원의 세 번째 부인으로 소원과 혼인한다.
곽소옥은 소부에 들어와 거듭 방자하게 군다. 황숙(皇叔)인 오왕(吳王)이 천자의 자리를 노리던 중, 곽소옥이 오왕에게 편지를 보내 이 부인을 모해하는 계교를 꾀하여 이 부인의 유배가 결정된다. 오왕이 휘하 장수를 시켜 유배 길의 이 부인을 겁박하게 하나, 경선염의 계교로 이 부인은 피신한다.
오왕이 계교를 꾸며 이장원은 남군에, 유 부인은 태주에 유배된다. 이 부인은 경선염이 마련한 자각봉 집에 머물고 있다가, 부모의 유배 소식을 듣고 유 부인의 유배지 태주로 향한다. 경선염은 아들을 낳는다.
곽자의 장군이 남녘으로 천산을 평정하고 귀국길에 올랐다가, 중로에서 곽소옥이 오왕에게 보내는 편지를 지닌 창두를 잡는다. 곽 장군(곽자의)은 그 편지의 내용을 보고 크게 노한다. 오왕이 모반하여 군대를 일으키자, 곽 장군이 이들을 치고, 오왕은 자결한다. 곽 장군은 냉옥에 갇혀 있던 이장원을 구출해 귀국한다.
소부에 이르러 손녀인 곽소옥을 크게 꾸짖은 후 자기 집으로 데리고 가나, 여전히 패악스럽게 굴기에 별원에 가둔다. 곽소옥이 참정 정화의 간악한 첩 범씨와 함께 계교를 행한다. 이들이 천자에게 참언하여 정화의 아들 정진이 이 부인을 겁박하고 이장원과 사통한다고 아뢰자, 천자가 정진을 옥에 가둔다.
그러나 계교가 탄로 나고 곽소옥은 원도에 유배된다. 곽소옥은 유배 길에서 이 부인의 행차를 만난다. 이 부인이 곽소옥에게 여러 가지로 도움을 주지만 곽소옥은 개과하지 않는다. 이장원은 ‘오국공’에, 유 부인은 ‘충숙부인’에 봉해지고, 황후는 장시(長詩) ‘숙녀찬’을 판에 새겨 유 부인에게 하사한다.
정진이 천자에게 귀전(歸田)을 청하자, 천자가 그에게 ‘효문선생’의 호를 내리며 귀전을 허락한다. 정진이 소 공(소원)에게 찾아와 딸 빙염을 소원의 배필로 천거하고, 이 부인도 빙염과의 혼인을 권한다. 그리고 택일하여 정빙염과 소원의 혼례를 치른다. 천자가 죽고 태자가 즉위하여 덕종에 오른다. 경원절도사 주자가 천하를 탐내는 마음이 있었는데, 소원이 주자를 잡아 연곡에 머물게 한다.
이때 서번의 타분물이 중원을 침범하니, 소원이 대원수가 되어 백만 대병을 이끌어 진군한다. 유배되어 있던 곽소옥은 찾아온 묘현진인(진상궁)의 개유를 통해 회개한다. 소 원수(소원)의 대군이 독이 든 물을 먹고 모두 쓰러진다.
소원의 꿈에 남해용왕의 딸인 팔팔공주가 나타나 도움을 청한다. 소원이 군병을 이끌어 팔팔공주를 강박하는 무리를 대적해 이기자, 공주가 해독(解毒)의 물을 알려 주어 위기를 벗어난다. 서번의 군대가 사막으로 들어가 하만의 군대와 합세하였으나, 소원이 이들 군대를 크게 물리친다. 이웃의 발나왕이 다시 대적해 왔으나 소원은 발나왕을 무찌르고 귀국한다.
이때 소원이 없는 틈을 타서 반적(叛賊) 주자가 대궐을 침략한다. 이에 천자가 도성을 떠나 봉천으로 피란한다. 경선염이 사병(私兵)을 이끌어 환술(幻術)로써 주자의 군대를 쫓는다. 소원의 대병이 이르러 적병을 대파하고 주자의 목을 벤 후 천자를 모셔 온다.
소원은 ‘진왕’에, 설상서는 ‘제국공’에, 경상서는 ‘연국공’에 봉해진다. 곽소옥은 용서를 받아 다시 소부에 들어가고 완전히 개과한다. 이후 소원의 10자 5녀가 모두 입신양명하고 가문이 크게 부귀를 누린다.
이 작품은 가문소설의 일반적 특성처럼 작품의 중심축을 가문의 질서에 두고 있으며, 여기에 부자간(父子間)의 이합(離合), 영웅적 군담, 처처 간의 쟁총(爭寵), 궁중의 음모와 갈등 등 다채로운 삽화를 삽입했다.
특히, 지절(志節)이 뛰어난 주인공들과 혼암하기 그지없는 천자와 태후, 사악한 곽소옥의 형상을 대비시키고 있다. 이를 통하여 봉건시대의 부도덕한 정치권력에 대한 엄혹한 질책의 시각을 드러낸다.
「취승루」는 「구운몽」· 「장화홍련전」· 「숙향전」을 모방했고, 「몽옥쌍봉연록」과도 관련성이 있다. 그 외 영고탑 회귀설, 숭유억불 정책, 면신례 등 우리나라의 역사적·문화적 현실과도 밀착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