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만식(蔡萬植)이 지은 단편소설. 1938년 3월 7일부터 14일까지 ≪동아일보≫에 연재되었다. <레디 메이드 인생>·<명일>·<소망>·<패배자의 무덤>·<냉동어> 등 일련의 작품들과 아울러 일제강점기 지식인의 수난과 현실에 대응하는 양상을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주인공은 민족적 저항 활동으로서 사회주의운동에 참여하다가 체포되어 감옥살이를 하고 나온 지식인이다.
그는 감옥에서 얻은 폐병 때문에 현재 병석에 누워 폐인이 되어가고 있다. 일인칭 시점으로 되어 있는 이 작품은 화자인 일본인 상점의 점원 ‘나’와 그의 오촌 고모부인 주인공을 대립시켜, 일제강점기를 살아가는 두 가지 인물유형을 제시하고 있다.
‘나’는 이 시대야말로 평화로운 시대로서, 나라가 모든 것을 잘 알아서 해주고 있으므로, 나라의 지시에 잘 따르면 모든 조선사람은 잘 살게 된다고 믿고 있다.
따라서, 그의 눈에는 그의 아저씨는 어리석은 짓을 해서 세상을 시끄럽게 하고 가족을 고생시키고 몸을 망치고 지식과 학벌을 무용지물로 만든 등신 같은 사람으로 보이는 것이다.
그는 진(眞)을 위(僞)로 보며 위를 진으로 보는 인물이다. 주인공 지식인은 현실을 똑바로 보고 이에 어떻게 대처하여야 할 것인가를 잘 알고 용기 있게 자신의 생각을 실천에 옮긴 인물로서, 그 시대로서는 바람직한 지식인이라 할 수 있다.
그는 부당한 지배자에게 순응하여 개인의 안정된 생활을 추구하는 것은 더러운 일이라 여겨 끝까지 지배자에게 저항하고자 한다. ‘나’는 이 시대에 있어 가장 타기하여야 할 인물로 부각되고 있다.
작자는 이 작품에서 특이한 수법을 쓰고 있는데, 즉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인물의 입을 통하여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인물을 부정하게 하는 수법을 쓰고 있다.
‘나’가 올바른 것처럼 보이게 하면서 속으로는 ‘치숙’이 정당하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자신의 입을 통하여 자신을 풍자의 대상이 되게 하고 있다.
이러한 수법은 일제강점기의 다른 어느 작품에서도 볼 수 없는 독창적 수법이다. 채만식의 작가로서의 양심과 능력을 단적으로 보여준 작품이라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