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산리의 일렛당과 여드렛당은 그 제일(祭日)이 각각 7일과 8일인 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전자는 마을의 위쪽에 있다 하여 ‘웃당’, 후자는 아래쪽에 있다 하여 ‘알당’이라고도 했다. 각각의 당에는 서로 다른 본풀이가 전승되어 온다.
송당 본향당의 소천국과 백주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 부모에게 쫓겨나 용왕국으로 들어갔다가 용왕의 딸을 아내로 맞아 귀환하였다. 부부는 부모의 말에 따라 토산에 자리를 잡았는데, 부인이 목이 말라 돼지 발자국에 고인 물을 마신 일을 계기로 따로 살게 되었다. 일곱 아기를 낳아 기른 부인은 아기들의 안녕을 돌보아 주는 일렛당 신이 되었다.
나주 금성산에 영험한 신이 있었다. 부임하는 목사마다 파직되어 목사로 갈 사람이 없었는데, 한 목사가 자원하여 나주에 부임하였다. 부임 도중 금성산 앞을 지나려 하자 길을 가는 사람이 말에서 내리기를 권하였다. 말을 탄 채로 금성산 앞을 지나면 신령의 힘으로 말이 발을 절게 된다는 것이었다. 그러자 목사는 과연 영험한 신이 있는 것인지 실체를 보여 보라 한다. 신을 청하는 굿을 하자 처녀가 나타났다. 목사가 인간은 신령이 아니니 진짜 신령을 보이라고 하니, 이번에는 신령이 큰 뱀으로 변신하여 나타났다. 목사는 포수를 시켜 이 뱀을 쏘아 죽이고 불살랐다. 그러자 신령은 바둑돌로 변신하여 서울 종로 네거리로 날아갔다. 신령은 때마침 서울에 진상하러 온 제주의 강씨, 한씨, 오씨 선주의 짐 속에 숨어들어, 제주로 돌아가는 그들과 함께 제주도로 들어가게 되었다. 제주에 온 신령은 좌정할 곳을 찾아다니다가, 온평리 본향당 신인 맹호부인의 권유로 토산 메뚜기 마루에 가기로 했다. 신령은 도중에 개로육서또를 만나 길을 물었는데, 개로육서또가 길 안내를 핑계로 손목을 잡자 은장도로 손목을 잘라내 버렸다.
마침내 신령이 토산에 도착했으나, 누구 하나 그것을 알아차리고 대접하는 이가 없었다. 신령은 마을 앞바다에 떠 있는 왜적의 배를 난파시켰다. 배가 파선되어 제주 섬에 오른 왜적은 빨래하던 아기씨를 겁탈하여 죽여 버린다. 죽은 아기씨는 금성산 신격을 들인 선주들을 원망하며 그 딸들에게 신병을 일으킨다. 굿을 하여 죽은 아기씨의 원한을 풀어 주니 신병이 나았고, 강씨, 한씨, 오씨는 단골이 되어 토산에 온 신격을 모셨다. 이것이 곧 여드렛당이다.
토산의 「일렛당본풀이」는 다른 지역에서 전승되는 일렛당본풀이에서도 보이는 유형적 서사를 지니고 있다. 부모에게 쫓겨났다가 용왕의 딸과 혼인하여 귀환하는 송당 본향당 신의 아들, 돼지 부정으로 남편 신격에게 쫓겨나 따로 좌정하게 되는 아내 신격 등은 당본풀이에서 반복적으로 발견되는 요소들이다.
토산 「여드렛당본풀이」는 외부에서 입도한 신격이 처녀에게 신병을 주어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신으로 모심을 받게 된다는 내용으로, 이 또한 다른 본풀이에서 볼 수 있는 유형적 서사라고 할 수 있다. 마을 신으로 들어서고자 하는 신격이 마을에 나쁜 일을 일으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다는 것도 제주도 당본풀이에서 반복적으로 발견되는 요소인데, 왜적선을 난파시켜 마을 처녀를 겁탈하고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내용은 다른 본풀이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방울풂'이라는 제차의 기원을 보여준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여드렛당본풀이」를 근거로 토산의 신은 뱀이며 그 신앙민의 모계로 대대로 모셔질 뿐 아니라 모시다가 중단하면 가족에게 질병을 내려 망하게 한다는 설 때문에 토산 출신 사람들이 다른 지역 사람들로부터 기피의 대상이 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고 알려져 있다. 토산 여드렛당의 신격은 뱀으로 현현한 일이 있을 뿐 뱀 자체는 아니라는 점이 지적된 바 있으며, 전도적으로 믿어지는 부군칠성에 대한 신앙을 고려하면 신격이 뱀이라 한들 부정적으로 볼 이유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