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량자(平凉子)·평량립(平凉笠)·폐양립(蔽陽笠)·차양자(遮陽子)라고도 한다. 가늘게 오린 댓개비로 성기게 얽어 만든 것으로, 모자집과 테의 구분이 분명하며 모정(帽頂)은 둥글다.
갓의 발달과정에서 보면, 모정에서 테까지 민틋하게 내려간 방립(方笠)에서 완성된 형태의 갓, 즉 흑립으로 이행하는 중간단계에 속하는 것이다. 흑립이 조선시대 대표적인 사서인(士庶人)의 관모로 됨에 따라, 패랭이의 용도는 점차 국한되어 사인(士人)은 대상(大喪)이 지나고 담제(禫祭)만 남은 짧은 기간 동안에만 쓰거나, 상인(喪人)이 원행(遠行)할 때 방립 대신 쓰기도 하였다. 역졸·보부상 등 신분이 낮은 사람들은 조선 말기까지 사용하였는데, 역졸은 흑칠(黑漆)한 것을 쓰며, 보부상은 목화송이를 큼직하게 얹어서 썼다. 또한, 천업인은 패랭이를 쓰기는 하되 노상에서 양반을 만나면 그것을 벗고 엎드리는 습속이 있었다. 『연려실기술』·『임하필기(林下筆記)』·『야곡삼관기(冶谷三官記)』에 “임진왜란 때 적이 흑립을 쓴 양반을 만나면 잡아가고, 패랭이를 쓴 자는 극빈자라 하여 잡아가지 않았으므로 이때 양반들도 패랭이를 써서 한때 크게 유행하였다.”라는 기록이 있다. 1895년에 천인층에도 흑립을 쓰도록 하고 패랭이 쓰는 것을 금하였으나, 천인들은 흑립을 감히 쓰지 못하고 계속 패랭이를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