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권 1책. 석인본. 이 책은 1941년 아들 이승식(李承植)과 손자 이규상(李珪相) 등이 편집, 간행하였다. 권두에 윤응선(尹膺善)의 서문이 있고, 권말에 이규상의 후지(後識)가 있다. 상권에 128수, 하권에 159수가 각각 수록되어 있다.
대부분 제영(題詠)이나 영물(詠物), 주변 경치를 읊은 작품들이고, 벗들과의 차운작도 많다. 「방삼오칠(倣三五七)」은 삼언·오언·칠언으로 자수를 늘려가는 잡체시로, 가을날 청풍명월을 벗삼아 시와 거문고로 즐기는 유유자적을 노래하였다. 「경수당과영(警修堂課詠)」 8수는 도잠(陶潛)·이백(李白)·장한(張翰) 등의 풍류의 삶을 즐거워하는 내용이다.
「개성회고」·「선죽교」 등에는 모두 개성을 지나며 옛 역사의 자취를 돌아보는 감개를 담았고, 그밖에 「만월대」 3수에서는 만월대를 바라보며 길에서 만난 노인과의 대화와 길가를 구르는 기와조각 등을 통하여 무상한 역사의 흐름을 노래하고 있다.
「목면화(木綿花)」에서는 눈처럼 희게 피어난 면화를 보면서, 비록 나비와 벌이 찾지 않아도 이를 자아 옷을 지어 따뜻이 겨울을 나게 해주니 여우나 오소리 가죽을 부러워할 것이 없음을 노래하였다. 그밖에 「자영(自咏)」은 공자가 지명(知命)이라 한 50세를 맞아 아무것도 이룬 것 없는 자신의 평생을 돌아보는 회포를 적었다.
「회인십영(懷人十詠)」은 벗 홍선모(洪宣謨)·윤림(尹琳) 등 10인을 그리며 지은 작품이며, 그밖에 홍현주(洪顯周)·홍승억(洪承億) 등과 종유하며 주고받은 시가 다수 있어 교유의 일단을 살필 수 있다. 대부분 문예적 취향보다는 생활시가 많다. 국립중앙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