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체시는 중국 육조(六朝)시대에 성행하였다. 당송(唐宋)대에 이르러 다양한 형식들이 새로 만들어졌다. 명(明)나라 서사증(徐師曾)의 『문체명변(文體明辨)』에는 잡체시를 잡구시(雜句詩)·잡언시(雜言詩)·잡체시(雜體詩)·잡운시(雜韻詩)·잡수시(雜數詩)·잡명시(雜名詩)·이합시(離合詩)·회해시(詼諧詩) 등의 여덟 가지로 다시 나누고 있다.
이 가운데 잡언시나 잡구시를 제외한 대부분의 잡체시는 5·7언의 통상적인 시형(詩型)에다 다시 일정한 규칙적 제한을 둔 것이다.
잡체시를 현재의 관점에서 정리하면 대개 규칙제시형과 글자삽입형, 이중적 언어사용형, 파격형 등의 범주로 구분할 수 있다.
잡체시 규칙제시형의 대표적인 양식에 회문체(回文體)와 장두체(藏頭體), 그리고 이합체(離合體) 등을 들 수 있다.
잡체시의 회문체란 글자를 순서대로 배열하여 바로 읽거나 거꾸로 읽거나 모두 의미가 통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운자나 평측의 규칙을 엄격히 지켜야 한다. 이밖에 회문체 중에는 바둑판처럼 시문을 배열하거나 중앙으로부터 선회하여 읽는 방법과 순환 반복하여 읽어야 의미가 통하는 경우 등의 다양한 형태가 있다.
잡체시의 장두체는 매 구절 끝 글자의 절반을 취해와 다음 구절 첫 자에 사용하며, 가장 끝 글자의 반을 취해 다시 첫 글자로 맛물리게 하여 고리처럼 각각의 구절을 연결하는 흥미로운 형식의 시체이다. 혹 글자의 연결성에 주목하여 옥련환(玉連環)이라고도 한다. 예를 들면 첫구절의 끝자 ‘黃(황)’에서 ‘八(팔)’을, ‘量(양)’에서 ‘里(이)’를 취하는 따위이다.
잡체시의 이합체는 장두체보다 더 복잡한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글자를 따로 떼어 다시 합치면 하나의 글자를 이루게 되는 형식적 제한을 지닌다. 그 하위 갈래로 매우 다양한 경우들이 존재한다.
잡체시의 글자삽입형은 주어진 글자를 규칙적으로 정해진 위치에 넣고서 짓는 형태의 잡체시를 말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수시(數詩)가 있다. 매 홀수 구 첫 자를 ‘一(일)’에서 ‘十(십)’까지 차례로 삽입하는 것이다. 비슷한 것에 팔음가(八音歌)와 건제체(建除體) 등이 있다.
이중적 언어사용형 잡체시는 한자의 표의성을 살려 음(音)과 훈(訓)의 이중적 의미로 해독하는 형태를 말한다. 새 울음소리를 음차(音借)하여 의미와 함께 읽는 금언체(禽言體)와 약초의 이름을 매 구절마다 삽입하는 약명체(藥名體) 등이 있다. 말장난(pun)의 일종이다.
잡체시 중에서 파격형은 5·7언의 규칙성을 벗어나는 양식이다. 구절이 차례로 늘어나는 층시(層詩) 등이 있다.
잡체시는 오랜 시간 변화를 거듭해오면서 다양한 변이형태를 낳았다.
우리 나라의 경우 이규보(李奎報)·권필(權韠)·장유(張維) 등의 여러 문인들에 의해 전 시기에 걸쳐 활발히 창작되었다. 「요로원야화기(要路院夜話記)」와 같은 소설은 잡체시 창작에 얽힌 삽화로 작품이 전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