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여인인 김만덕의 선행을 기록한 작품으로 『번암집(樊巖集)』에 실려 있다. 실제인물 만덕의 의롭게 재물을 쓸 줄 아는 마음을 기리고, 또 그녀의 선행을 내외에 널리 알려 만인의 귀감으로 삼고자 지은 글이다.
만덕은 성이 김씨로 제주 양가(良家)의 딸로 태어났다. 그러나 어려서 부모를 잃고 생계를 위한 방편으로 기안(妓案)에 이름을 올린다. 그녀는 기생의 신분이었지만 몸가짐을 단정히 하여, 스무 살이 넘자 울면서 자신의 뜻을 관에 아뢰어 양인(良人)으로 환원되었다. 만덕은 제주의 남자들이 용렬하다 하여 혼인하지 않고 지냈다. 그녀는 장사에 수완이 뛰어나 수십 년 사이에 대단한 부자가 되었다.
1795년(정조 19) 제주에 큰 기근이 들어 굶어죽는 이가 많았다. 나라에서 이들을 구휼하고자 하였으나 도저히 감당하지 못하였다. 이때에 만덕이 천금을 들여 육지에서 쌀을 사왔다. 그 쌀로 친족을 구휼하고, 관가에도 보내어 부황난 백성을 구휼하게 하였다. 그래서 제주에서는 만덕의 은덕을 칭송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제주목사가 만덕이 백성을 구휼한 일을 적어 임금께 올렸다. 임금이 기특히 여겨 칭찬하고, 만덕의 소원하는 바를 들어 시행하게 하였다. 만덕은 서울과 금강산 구경이 소원이라고 말하였다. 만덕은 제주 여자는 뭍에 오를 수 없다는 금기를 깨뜨리고 소원을 이루었다. 그녀의 소문이 장안에 널리 퍼져 사람들이 다투어 몰려들어 그녀를 만났다. 그녀는 도성과 금강산을 두루 구경한 뒤 다시 제주로 돌아갔다. 이때 그녀의 나이 58세였다.
「만덕전」은 여자 혼자의 몸으로 남자도 하기 힘든 여러 역경을 딛고 해낸 것에 대한 찬탄과, 임금의 배려로 제주 여자가 서울과 금강산 나들이를 하게 된 보기 드문 성사(盛事 : 훌륭한 일)를 기록한 것이다. 채제공의 「이충백전(李忠伯傳)」 등과 같이 조선 후기 의협(義俠)을 주제로 한 여타의 전(傳)들과 궤를 같이하는 작품이다. 당시의 도탄에 빠진 민생과 각박한 세정(世情)에 대한 권계(勸戒)의 뜻을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