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음산고』는 조선 후기 문신 심원열의 시와 산문을 수록한 시문집이다. 15권 14책의 필사본이다. 시 638수와 산문 278편이 수록되어 있으며, 유배와 관직 경험을 바탕으로 한 시, 기존 통념을 비판하고 독창적 시각을 담은 산문, 민중적 감수성을 보여 주는 글들이 다수 있다. 특히 「양참의전」이나 「용창총설」 같은 야담류는 19세기 야담 문학의 전개를 살피는 데 귀중한 자료이며, 신변잡기적이고 소품문적인 산문들은 18세기 소품문의 계승과 변화를 보여 준다.
15권 14책의 필사본이다. 서와 발이 없어 자세한 편찬 경위는 알 수 없다. 체재가 통일되어 있지 않고 산만한 것으로 보아 문집 간행을 위한 초고본으로 보인다. 국립중앙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다.
권14에 시 383제, 638수가 수록되어 있으며, 권115에 산문 총 278편이 실려 있다. 산문은 기(記), 서(序), 발(跋), 논(論), 설(說), 전(傳) 등으로 다양하다. 산문을 문체별로 보면, 애제류(哀祭類) 40편, 서독류(書牘類) 50편, 서발류(序跋類) 27편, 잡기류(雜記類) 81편, 전장류(傳狀類) 6편, 논설류(論說類) 50편, 격이류(檄移類) 1편, 비지류(碑誌類) 4편, 주의류(奏議類) 14편, 사부류(辭賦類) 3편, 송찬류(頌讚類) 1편이다.
시는 여행에서 느낀 것이나 지방관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작품이 많다. 일례로 「등상행(負商行)」은 울산도호부사 때 등짐장수를 보고 느꼈던 감회를 회고하며 쓴 작품인데, 부상의 고된 노역과 기구한 운명을 마치 직접 경험한 것처럼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탄금대(彈琴臺)」는 임진왜란 당시 신립(申砬)의 원통한 사연을 술회해 당시의 일을 회고하고, 그의 넋을 기린 내용의 시다. 이외에 백성에게 의술을 베푸는 민중의(民衆醫)를 시적으로 표현한 「독약편(賣藥篇)」같이 민중적 정서를 표현한 작품이 다수이다.
산문은 울산도호부사와 진주목사 등 관직 재직 시와 유배 생활을 경험한 60대 이후 만년에 지은 것이 대부분이다. 그중 특징적인 것은 기존의 통념을 거부하고 자신만의 의견을 제안한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예로 「태사공불입기신전론(太史公不立紀信傳論)」, 「은탕육책비성세지언론(殷湯六責非盛世之言論)」 등은 역사 사건에 대한 새로운 입론을 세운 작품이다.
또한 「연설(鷰說)」과 같이 일상에서 발견한 사물을 소재로 고정관념을 타파하는 작품도 있다. 이 작품은 제비에 대해 규정된 기존의 인식을 반추한다. 이러한 사상은 닭울음 소리를 소재로 하여 학이나 기러기보다 닭의 가치를 인정하는 「청계기(聽鷄記)」라는 작품에서도 나타난다.
한편 민간과 일상의 경험을 소재로 한 작품 역시 많은데, 대표적으로 「처용무서(處容舞序)」는 처용무에 대한 내력을 적은 글이다. 신라 헌안왕이 학성에 행차하면서 개운포에 이르러 연회를 베풀 때, 기이한 의상을 입은 사람이 다가와 노래와 춤을 추며 왕의 덕을 찬양하는지라 경주로 데려왔는데, 달밤이면 도성에 나와 노래하고 춤추어도 아무도 그의 거처를 알지 못했다고 적고 있다.
「금린어설(錦鱗魚說)」은 웅주통판(熊州通判) 재직 시에 맛본 금린어에 대한 독특한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진(眞)과 가(假), 명(名)과 실(實)의 문제에 대해 견해를 드러내는 글이며, 「어계론(魚鷄論)」 은 자기가 맛본 물고기와 닭을 소재로 하여, 그 맛에 있어서 차이가 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한 글이다.
그 밖에 산송(山訟)을 모티브로 전개되는 송사소설의 구조를 취한 「양참의전(梁參議傳)」이나 21명의 조선시대 인물의 특이한 행적을 야담 형식으로 담아 낸 「용창총설(榕牕叢說)」 역시 주목할 만한 산문 작품이다.
『학음산고(鶴陰散稿)』에는 다양한 계층을 입전한 인물전이나 민담 · 전설을 수용한 야담류 작품이 대거 수록되어 있다. 이들 작품의 편찬은 『청구야담(靑邱野談)』을 비롯한 3대 야담집과 더불어 19세기 초의 문단 경향을 확인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또한 소품문의 특징을 가진 신변잡기적 성향의 작품들도 상당한 양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것은 18세기에 융성한 소품문이 19세기로 이어지는 과도기적 양상을 보여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