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6판. 158면. 1964년 신구문화사에서 출간되었다.
표지 다음에 북제주 별도해안에서 찍은 저자의 사진과 “나는 창조보다도 소멸에 기여한다/그러나, 우리나라 린넬의 여자/저 오월국(五月菊) 꽃 한가지로도 때릴 수 없다.”는 제사가 있고, 목차 다음에 ‘편력집(遍歷集)’, ‘제2집(第二集)’, ‘은화집(隱花集)’, ‘적소가집(謫所歌集)’의 4부로 나뉘어 58편의 시가 실려 있고 후서, 편집자 주 순으로 되어 있다.
『해변의 운문집』은 작자의 두 번째 시집으로 첫 번째 시집인 『피안감성(彼岸感性)』에서 나타나던 사물에 대한 서정적 관조, 허무의식, 방랑의식, 불교적 세계관과 죽음에 대한 탐닉 등이 주요 주제를 이루고 있다. 이러한 주제들은 삶과 존재에 대한 작자의 집요한 탐구정신을 드러내 준다.
이 시집에 나타나는 「한국대인부」·「슬픈 씨를 뿌리면서」·「밭두렁에서」·「여수」 등의 시는 작자의 행려의식이 개인과 자아의 한계를 넘어 역사 현실과 민족성, 그 속에서의 자아의 깨달음 등으로 점차 확대되어 나가 70년대 『문의(文義) 마을에 가서』 이후 민족과 역사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는 과정임을 보여준다.
형식상으로 이 시집에 수록된 시들은 토속적인 서정성을 바탕으로 한 것과 이국적 정서를 기반으로 한 것들이 섞여 나타난다. 이것은 이 시집이 모더니즘의 영향 속에 놓이게 되었다는 증거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애마(愛馬) 한스와 함께」·「저녁 숲길에서」 등 이국적 감수성의 작품들은 토속적 서정성을 지닌 작품에 비해 언어구사가 자연스럽지 못하고 정서적으로도 이질적인 느낌을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