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선조∼효종 연간의 사람이다. 『허주문집』은 1892년(고종 29) 김여욱의 후손 김복연(金福淵)과 김창희(金昌羲) 등이 편집하고 간행하였다. 권두에 권연하(權璉夏)의 서문이 있고, 권말에는 김휘철(金輝轍)의 후기가 있다.
2권 1책. 목판본. 국립중앙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다.
권1은 시 238수, 권2는 사(辭) 3편, 서(序) 2편, 잡저 4편, 상량문 1편, 제문 6편, 가장(家狀) 1편, 부록으로 묘갈명·행장·유사·제문 각 1편, 증유시편(贈遺詩篇) 15편, 소리와중수기(素履窩重修記), 암상경애록(巖上敬愛錄)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시에는 주변경관을 노래하며 자연에 묻혀 지내는 즐거움과 선비의 자세를 읊은 내용이 많다. 「오상지(傲霜枝)」와 「상후견국(霜後見菊)」 등에서는 국화의 오상고절을 기렸다. 그리고 도잠(陶潛)과 굴원(屈原)의 탈속한 자태를 본받으려는 마음가짐을 노래하였다.
우국의 충정과 현실을 개탄하는 작품으로 「장한가(長恨歌)」가 있다. 병자호란 때에 남한산성 아래에 있는 삼전도에서의 항복소식을 듣고 비분절통의 마음을 담아 지은 것이다. 「상시탄(傷時歎)」·「애강도(哀江都)」 등도 모두 병자년의 국치를 당한 통한의 마음을 담은 작품들이다.
「만고연의사(萬古演義辭)」는 장편 거작이다. 난세에 대장부로 태어나서 경륜을 펴보지도 못하고 묻혀 지내는 통탄으로 시작한다. 고금 역대의 수많은 고사와 인물을 동원하여 만고에 변할 수 없는 의리를 설명한다. 그리고 병자년의 국치를 염두에 두고 강개통한하는 마음을 노래하였다. 김여욱의 지취(志趣)를 엿볼 수 있는 대표작이다.
이 밖에 벗들과의 노닒을 경쾌하게 읊은 「선유별곡(仙遊別曲)」과 화중군자(花中君子)인 매화를 의인화하여 그 매운 고절을 배우려 한 「초매혼사(招梅魂辭)」가 있다.
잡저 가운데 「소국설(疏菊說)」은 온갖 초목이 다 시든 뒤에 서리를 무릅쓰고 늠름히 피어난 국화의 자태에서 도잠과 굴원 등 군자의 지취를 떠올린다. 그리고 국화에 스스로를 가탁한 국화애호의 변이다. 병자호란 때에 재야 선비의 현실인식을 엿볼 수 있는 글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