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안북도 용천 출생. 일본 호세이대학(法政大學)을 졸업하였다. 1935년 10월 『조선일보』에 시 「모체(母體)」를 발표하기도 했으나, 1936년 2월 『조광』에 「탁류(濁流)」를 발표하면서 소설 창작에 전념하였다. 1930년대 중반 이후 소설 문단에 드러나기 시작한 심리주의적 경향을 잘 대변하고 있는 허준은 「탁류」·「야한기(夜寒記)」(『조선일보』, 1938.9.3∼11.11)·「습작실에서」(『문장』, 1941.2) 등과 같은 주목할 만한 작품을 남겼다.
‘나’라는 고독한 자아의 내면심리를 그려낸 「습작실에서」는 주인공이 벽지의 어느 산골 병원에 있는 T형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는 전형적인 고백의 문학이다. 특별한 사건 전개가 없는 이 작품의 주제는 결국 ‘나’의 고독이라 할 수 있다. 주인공은 생활에 대한 거리두기를 고독과 동일선상에 놓고 즐기고 있다.
허준에게 있어 고독이란 ‘무엇인지 알지 못할 것들이 뱃속에 웅크리고 있는’ 사치스런 물건인데 자기 자신의 내부가 우월하다는 사고방식에 바탕을 두고 있다. 광복 후 조선문학가동맹에 가담하여 「잔등」(『대조』, 1946.1∼7)·「한식일기」(『민성』, 1946.6)·「속(續)습작실에서」(『조선춘추』, 1947.12)·「평때저울」(『개벽』, 1948.1)·「속 습작실에서」(『문학』, 1948.7)·「역사」(『문장』, 1948.10) 등을 발표하다가 월북하였다.
허준이 즐겨 다룬 지식인의 내면심리 추구는 광복이라는 역사적 현실 앞에서 변모하기 시작한다. 「잔등」은 그 냉정한 관찰정신과 역사에 대한 중립성, 균형감각이 특히 주목된다. 즉, 광복 전에 발표된 「탁류」·「야한기」·「습작실에서」 등에서 보여주었던 주인공의 허무주의적 성격, 냉정한 고백체의 성격을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다. 이러한 이유로 이데올로기적 편견과 맹목성이 없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속 습작실에서」에 이르면 독립투사의 진실한 삶을 관찰하는 과정에서 화자의 중립적 태도가 흔들리지만, 역사현실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어 나타난다. 소설집으로 『잔등』(1946)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