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후기에 최해(崔瀣)가 지은 한시. 칠언절구. 『동문선』 권20에 실려 있다. 이 시는 다른 시 「책임장사감무(責任長沙監務)」·「도현화인운(到縣和人韻)」과 함께 장사감무(長沙監務)로 쫓겨가 있을 때 지은 것이다.
“세 해를 쫓겨 지내 병도 따라 생기니/단간 방 살림이야 스님네 같네/온 산에 눈 쌓여 찾는 이 없는데/파도소리 속에 앉아 등불 돋우네(三年竄逐病相仍 一室生涯轉似僧 雪滿四山人不到 海濤聲裏坐挑燈).” 타향 땅, 귀양살이와도 같은 생활 속에서, 고독과 병마에 시달리며 느끼는 비창한 감회를 노래하고 있다.
깊은 겨울밤, 아무도 오지 않는 산 속 호젓한 거처에 휘몰아치는 매서운 바람을 파도소리에 견주어, 잠 못 이루는 쓸쓸한 심회를 잘 그려낸 작품이다. 그러나 마냥 비탄으로 흐르지 않는, 차분히 가라앉은 서정으로 읽는 이의 마음을 정화시키는 힘이 있다.
최치원의 「추야우중(秋夜雨中)」의 정취를 연상시킨다. 『동인시화(東人詩話)』에서는 이 작품과 「도현화인운」 등의 작품을 들고, 곤돈(困頓)한 기상이 나타나 있다고 평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