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서해(崔曙海)가 지은 단편소설. 1927년 1월 ≪조선문단≫에 발표되었다. 최서해의 작품 경향은 그의 실체험을 토대로 하여, 그러한 인생의 가난, 거기서 오는 쓰라림을 꿰뚫고 반항하는 데 일관하였다. 이 작품도 그러한 작품 중의 하나이다. <홍염>은 조국인 조선에서 소작을 하던 문 서방이 서간도로 이주해서도 뾰족한 수 없이 중국인의 소작인이 되어 빚어지는 사건이 중심 내용이다.
문 서방은 빚 때문에 중국인 지주에게 딸을 빼앗긴다. 딸을 빼앗긴 설움으로 병이 난 아내는 딸을 한 번 보는 것이 소원이었으나, 중국인 인가는 찾아간 문 서방의 청을 매번 거절한다. 문 서방은 그 중국인 인가에게 네 번이나 찾아갔으나 거절 끝에 쫓겨나게 된다. 아내는 원한이 맺힌 채 미쳐 죽고, 아내가 죽은 이튿날 밤, 문 서방은 인가와 딸이 사는 마을로 가서 인가 집에 불을 지른다. 문 서방은 그 불길을 바라보며 마음껏 시원하게 웃어젖힌다.
그리고 나서 불길 속에 허덕이는 인가와 딸을 보자, 도끼를 높이 쳐든 문 서방은 달려가서 그 도끼로 인가를 한 대에 쳐서 죽이고는 딸을 품에 안는다. ‘작다고 믿었던 자기의 힘이 철통같은 성벽을 무너뜨리고, 자기의 요구를 채울 때 사람은 무한한 기쁨과 충동을 받는다.’고 결론을 맺는다.
특히 최서해의 문학에 있어서 폭력은 반항의 변증법이며 굶주린 자의 적의(敵意)로 본능적인 행동이다. 그리고 이런 결정적인 순간에는 주인공들은 어떤 시각의 환상 또는 착란 상태를 으레 겪게 되는데, 이러한 환상은 가해관계(加害關係)에 있다고 믿는 대상과 피해자의 음영들이다. 여기에서 그의 문학이 단순한 빈궁문학의 영역을 넘어서 프로문학과도 맥이 닿는 이념의 실마리를 찾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