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권은 모든 국민이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이다. 우리나라 헌법 제35조에 규정되어 있다. 헌법상 환경권의 성격에 관해서 ‘종합적 기본권설’이 다수설이나, 그 속성을 검토하면 사회적 기본권으로서의 성격이 두드러지며, 구체적 법률에 근거하여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추상적 권리이다. 다만, 생명권의 온전한 향유를 위하여 환경권 보장이 필수적이라는 측면에서 근래 환경권의 자유권적 성격이 한층 더 강조되고 있으며, 인권의 관점에서 환경권을 바라보는 견해가 국제적으로 점차 강화되고 있다.
환경권의 개념과 속성에 관하여 모두가 동의하는 확립된 정설은 아직 없으며, 명확한 개념 정립을 위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 주1 헌법적 차원에서 볼 때, 환경권을 주관적 규범으로 명문화하는 방식과 객관적 규범의 차원에서 환경보호 등을 규율하는 방식이 있다. 주관적 규범 방식은 국민 개개인이 향유하는 권리로서 환경권을 명문화하는 것이고, 객관적 규범 방식은 국가의 목표로서 환경보호 및 쾌적환 환경 조성을 규정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 환경권을 헌법상 권리로 규정하고 주2 [^3] 헌법에 비록 환경권 조항을 명문화하지는 않았으나 환경보호를 국가의 목표 규범으로 규정한 국가들도 주4
우리나라 헌법에서 환경권은 제8차 개정 헌법에서 처음 등장하였다. 제8차 개정 「대한민국헌법」 제33조는 “모든 국민은 깨끗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와 국민은 환경보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처음 환경권을 규정하였다. 이는 현행 「대한민국헌법」 제35조로 이어져서,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와 국민은 환경보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환경권을 헌법에 명문화하고 있으며, 이와 동시에 “환경권의 내용과 행사에 관하여는 법률로 정하도록” 규정하여 법률유보에 의한 환경권의 구체적 입법 형성이 요구되고 있다. 제8차 개정 헌법의 환경권과 현행 헌법의 환경권 조항을 비교하면, 환경권이 처음 명문화될 당시의 ‘깨끗한 환경’에서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로서 환경권이 변화하였다.
예전에는 환경권의 권리성을 부정하는 견해도 상당수 존재하였다. 이러한 견해는 환경권 조항은 입법 방침을 단순하게 제시하거나 국가가 지향하는 이념으로서 환경보호를 국가 목표 규정[프로그램 규정]으로 선언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았다. 이 견해에 의하면 환경권은 선언적 · 상징적 권리에 불과하며, 환경권 실현은 입법자에 대한 지침으로만 작용하는 정책의 문제가 된다. 하지만 법치주의 관점에서 볼 때, 공권력을 기속하는 환경권 조항을 단순한 입법 방침으로 이해하는 것은 무리가 있으며, 근래 입법 방침설을 주장하는 학자들은 거의 없다. 현재는 환경권의 권리성을 인정하는 견해가 주류이다. 더욱이 우리나라의 경우, 환경권은 헌법에 명문화되어 있으므로 당연히 권리로서 인정된다.
우리나라 법원 역시 판례를 통해 우리나라 법원은 환경권의 재판 규범성을 인정하여 왔다. 다만, 국내에서도 환경권의 속성 · 성격에 대해서는 여러 견해가 병존한다. 사회적 기본권으로서 환경권에 접근하느냐, 자유권적 기본권으로서의 환경권에 접근하느냐, 혹은 추상적 권리로서 환경권을 이해하느냐 아니면 구체적 권리로서 환경권을 이해하느냐가 그 분기점이 된다.
환경권은 환경오염이나 환경훼손 등으로 인하여 권익이 침해되거나 침해될 우려가 있을 경우에는 직접 그 침해의 배제 · 중지 · 예방을 요구할 수 있는 ‘방어권’으로서의 역할을 주5 그리고 대사인적효력 외에도 국가에 대한 공권으로서 환경권은, 환경보전 및 쾌적한 환경 조성을 위해서 일정한 조치와 급부를 요구할 수 있는 적극적 권리가 되기도 주6
자유권은 타인의 침해행위로 인하여 생명 · 자유 및 재산에 피해가 발생하였거나 혹은 발생의 우려가 있는 경우, 그 침해의 예방 · 배제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이다. 환경권을 자유권적 기본권으로서 이해하는 견해는, 타인이 유발한 환경오염이나 환경훼손 행위로부터 자신의 건강하고 쾌적한 생활이 침해되지 않도록 보호받을 자유권으로서 환경권에 접근한다.
이에 반하여 환경권을 사회권적 기본권으로서 이해하는 견해는, 국가의 적극적 개입과 재정적 지원 없이는 환경보호 및 환경복지가 실현되기는 어렵다는 것을 강조한다.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을 위하여 국가에 대하여 보호조치를 적극적으로 요구할 수 있는 권리는 국가의 급부 능력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는 주7 [^8] [^9]
또한 환경권을 ‘추상적 권리’로 이해할 것인지, 혹은 ‘구체적 권리’로 이해할 것인지의 관점 차이 또한 환경권에 관한 서로 다른 이해로 귀결한다. 헌법상 환경권을 ‘추상적 권리’라고 이해하는 견해는, 「대한민국헌법」 제35조 제2항에서 “환경권의 내용과 행사에 관하여 법률로 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음에 주목한다. 환경권은 법률유보에 의한 입법 형성에 맡겨져 있으며, 구체적 입법에 의해서 실정권이 인정된다는 것이다. 추상적 권리로서 환경권을 바라보는 경우, 헌법상 환경권은 국민 개개인에게 국가에 대하여 일정한 조치를 요구할 수 있는 청구권을 바로 보장하는 것은 아니고 구체적 입법이 된 연후에 환경보호를 요구할 수 있는 주관적 공권이 발생하는 것으로서, 입법 재량이 폭넓게 인정된다.
환경권을 구체적 권리로서 이해하는 입장은, 환경권을 생존권 및 자유권적 기본권으로서 환경권에 접근하는 입장과 대응한다. 환경권은 국민이 환경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입법기관에 적합한 입법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임과 동시에, 「대한민국헌법」 제35조의 환경권 조항은 그 자체로 법적 구속력을 인정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규범적 효력을 가진다고 본다. 구체적 권리설에 의하면, 환경권 침해에 대하여 「대한민국헌법」 제35조를 근거로 직접 사법적 구제를 청구할 수 있게 된다.
우리나라 판례는 환경권을 추상적 권리로 본다. 대법원은 헌법상 환경권 규정은, “개개의 국민에게 직접으로 구체적인 사법상의 권리를 부여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 환경권이 인정되려면 그에 관한 명문의 법률 규정이 있거나 관계 법령의 규정 취지나 조리에 비추어 권리의 주체, 대상, 내용, 행사 방법 등이 구체적으로 정립될 수 있어야 할 것[대법원 1995. 5. 23. 선고 94마2218 판결]”이라고 판시하고 있다. 다만, 추상적 권리여도 그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경우에는 권리구제를 청구할 수 있다고 주10
또한 우리나라 헌법상 환경권의 성격에 관하여, 자유권적 기본권설, 사회권적 기본권설, 복합적 권리설, 종합적 권리설이 병존하는데, 종합적 권리설이 현재까지의 다수설이다. 종합적 권리설은 인간의 존엄성 존중을 이념적 기초로 하여 자유권, 청구권, 생활권 등의 여러 성격을 아울러 가지는 종합적 기본권으로서 환경권을 주11
헌법재판소는 “환경권은 건강하고 쾌적한 생활을 유지하는 조건으로서 양호한 환경을 향유할 권리이고, 생명 · 신체의 자유를 보호하는 토대를 이루며, 궁극적으로 ‘삶의 질’ 확보를 목표로 하는 권리이다. 환경권을 행사함에 있어 국민을 국가로부터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을 향유할 수 있는 권리를 침해당하지 않을 권리를 행사할 수 있고, 일정한 경우 국가에 대하여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인정되기도 하는바, 환경권은 그 자체 종합적 기본권으로서의 성격”을 지닌다고 밝혔다[헌법재판소 2008. 7. 31. 선고 2006헌마711 전원재판부 결정].
이처럼 ‘종합적 기본권설’이 다수설이기는 하나, 환경권은 그 내용과 행사가 법률에 유보되어 있으며, 국가의 적극적 개입과 배려를 통해 실현될 수 있다는 점을 검토할 때, 환경권은 사회권적 기본권으로서의 성격이 더 두드러진다고 볼 수 있다. 환경권이 실효성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국가의 급부 능력 등에 따라서 쾌적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역량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는 국가의 재원 및 정책 여건에 따라서 환경권의 구체적 내용과 보호 범위가 달리 획정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환경권은 명확한 개념 정립을 위한 형성 과정에 있다고 평가할 수 있으며, 환경권의 내용과 범위, 성격에 관한 논의는 현재에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특히 기후 소송과 같은 정책형 소송을 통해 환경권에 관한 사회적 담론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주12 헌법재판소가 2024년 8월 판결한 기후 위기 헌법소원 심판 주13의 쟁점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 녹색성장 기본법」상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헌법원리에 비추어 볼 때 국가의 기본권보호의무를 위반하느냐에 관한 주14 헌법재판소는 국가의 과소보호금지 원칙에 기하여 청구인들의 주장을 일부 인정하였다.
다른 나라의 기후 소송에서는 환경권의 자유권적 속성이 한층 강조되었다. 2019년 대법원 판결이 선고된 우르헨다[Urgenda] 사건에서, 네덜란드 대법원은 유럽인권협약[ECHR][^15] 제2조의 ‘생명권’ 조항 및 제8조의 ‘사생활 및 가족생활, 주거 및 통신을 존중받을 권리’ 조항에 근거하여 네덜란드 정부가 국민의 삶과 복지를 위협하는 실질적이고 즉각적인 기후 위기에 충분한 대응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는 판단을 주16 그리고 2021년 독일연방헌법재판소는 독일 기후변화법이 2030년 이후의 감축 목표를 명확하게 제시하지 못해서 미래세대의 자유권을 과도하게 침해하기 때문에 일부 위헌이라고 주17
이처럼 환경권 개념은 그 내용이 점차 확장 · 심화되고 있으며, 기본적 인권으로서 환경권을 바라보는 관점 역시 점차 국제적 지지를 얻고 있다. 사람의 생존과 온전한 생명권 향유를 위해서는 건강하고 쾌적한 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환경권 보장이 필수적 요건이며, 깨끗한 공기, 물, 토양 등 기초적 환경을 보호하지 않고는 생존권 자체가 위협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생명권 · 자유권’의 외연으로서의 환경권을 이해하는 관점은, 환경에 대한 사법 접근권을 확대하는 이론적 근거로 작용하기도 주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