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활자본. 1책(33장). 1897년 일본 경도(京都)에서 간행되었다. 『환구음초』의 권두에 김득련의 친필서와 홍현보(洪顯普)·김석준(金奭準)·최성학(崔性學)의 서가 앞에 붙어 있다.
김득련이 1896년 민영환(閔泳煥)을 따라 참서관(參書官)으로 러시아황제의 대관식에 참석하고 오면서 쓴 기행시집이다.
함께 간 인물로는 그밖에 윤치호(尹致昊)·김도일(金道一) 등이 있다. 4월 1일 등정할 때부터 그 해 10월 21일 돌아올 때까지의 시 120여 수가 실려 있다. 경유지는 상해·동경·태평양·대서양·런던·베를린·모스크바·몽고·블라디보스토크 등이다.
『환구음초』의 「승화륜차입동경(乘火輪車入東京)」에서는 번화한 동경문물에 대한 놀라움을 표하고 있다. 「입영도윤돈(入英都倫敦)」에서는 정치가 발달되고 세계의 패권국인 영국에 대하여 부러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그밖에 독일·네덜란드를 지나며 그들의 풍물을 그려내고 있는 작품도 있다. 5월 26일 대관식을 마치고 밤축제를 보고 쓴 「만도삼야점등(滿都三野點燈)」·「황궁야관희자(皇宮夜觀戱子)」 등의 작품에도 사실적 묘사 뒤에 경이로움이 가득차 있다. 『환구음초』의 「극희장(劇戱場)」·「전기희영관(電氣戱影館)」 등은 인형극과 영화를 본 느낌을 그린 작품이다.
그밖에 「분수관(噴水管)」·「농무박물관(農務博物館)」·「감옥서(監獄署)」·「조지소(造紙所)」·「조선창(造船廠)」·「각학교(各學校)」 등에서는 모스크바 주위의 각급기관과 시설을 두루 살피면서 느낀 감흥을 솔직히 표백하고 있다. 또, 동물원에서 처음 보는 사자·악어·코끼리·공작새 등을 매우 사실적으로 그리기도 하였다.
「여침우제(旅枕偶題)」에서는 운서(韻書)를 끼고 시를 짓던 작자가 서방의 문자를 몰라 백치처럼 허둥대는 모습을 한탄하면서도 이를 시로 전하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김득련의 시는 위항인(委巷人)이 조선 후기에 즐겨 짓던 외국 죽지사(竹枝詞)의 전통을 잇고 있으면서도 근 700리 떨어진 러시아를 우리 문학에서 최초로 다루었다는 점에서 죽지사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였다고도 할 수 있다. 국립중앙도서관도서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