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컨대 동사 ‘먹다’가 시제에 따라서 ‘먹는다(현재), 먹었다(과거), 먹겠다(미래)’, 문체법에 따라서 ‘먹는다(설명), 먹느냐(의문), 먹어라(명령)’ 등으로, 공손법에 따라서 ‘먹는다, 먹네, 먹으오, 먹습니다’ 등으로 변하는데, 이와 같이 변하는 것을 활용, 변한 어형을 활용형(活用形)이라 한다.
이들 각각의 활용형을 다른 단어로 다룰 수도 있으나, 이들의 차이가 문법적 기능의 차이에 대응하기 때문에 동일한 단어의 활용형이라고 설명한다.
활용형을 대조하면 변하는 부분인 어미(語尾, 끝, ending)와 변하지 않는 부분인 어간(語幹, 줄기, stem)이 있다. 위의 ‘먹―’이 어간, ‘―는다, ―었다, ―겠다, ―느냐, ―어라’ 등이 어미이다. 그런데 어간은 그 용언의 개념 곧 실질적 의미를 나타내고, 어미는 문법적 관계를 나타내는 형식적 의의를 가진다.
따라서, 활용이란 어간의 문법적 관계를 나타내기 위하여 어미를 변화시키는 것을 가리킨다. 어간에 어미 ‘―다’가 연결된 어형을 그 용언의 기본형(原形, 으뜸꼴)이라 하는데, 사전의 표제어로는 이 기본형이 오르게 된다.
어미는 그 서열과 기능에 따라서 선어말어미(先語末語尾, prefinal ending)와 어말어미(語末語尾, final ending)로 나뉜다. 선어말어미는 어간에 직접 연결되며, 경어법이나 시제를 나타낸다.
예컨대, 형용사 ‘높다’의 활용형 ‘높으시다, 높았고, 높겠지’ 등의 ‘―으시―(경어법), ―았―, ―겠―(이상 시제)’은 선어말어미, ‘―다, ―고, ―지’는 어말어미이다. 선어말어미는 어간의 한 부분과 같이 되어, 다시 어말어미를 가지고 사용되므로 보조어간(도움줄기, stem―formative)이라고도 한다.
그런데 선어말어미는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으나, 어말어미는 반드시 나타난다. 따라서, 선어말어미를 수의적 어미(隨意的語尾, optional ending), 어말어미를 필수적 어미(必須的語尾, obligatory ending), 또는 선어말어미를 개방어미(開放語尾), 어말어미를 폐쇄어미(閉鎖語尾)라 하기도 한다.
어말어미는 문법적 기능에 따라서 종결어미(終止法語尾)·연결어미(接續法語尾)·전성어미(資格法語尾)로 크게 나뉘며, 전성어미는 다시 명사형어미와 관형형어미로 나뉜다.
종결어미는, 예컨대 “아이가 간다.”, “아이가 가느냐.”, “같이 가자.”서의 ‘―ㄴ다, ―느냐, ―자’와 같이 그 용언으로 하여금 문장의 서술어가 되어서 그 문장을 끝맺음과 함께 공손법과 문체법을 실현하는 어미이다.
연결어미는, 예컨대 “봄이 되니 날씨가 따뜻하다.”, “여름이 되면 날씨가 덥다.”, “살이 되고 피가 된다.”의 ‘되니, 되면, 되고’에서의 ‘―니, ―면, ―고’와 같이 그 용언으로 하여금 문장의 서술어가 되어서 그 문장을 끝맺지 않고 다시 다른 문장이나 용언에 이어주는 어미를 말한다.
전성어미는, 예컨대 “꽃이 붉음은 정열을 상징한다.”, “붉은 꽃을 꺾는다.”의 ‘붉음, 붉은’에서의 ‘―음, ―은’과 같이 그 용언으로 하여금 앞의 말에 대하여는 문장 “꽃이 붉다.”의 ‘붉다’와 같이 서술어의 기능을 하면서, 아래에 오는 말에 대하여는 명사나 관형사 노릇을 하게 하는 어미를 말한다. 전성어미가 용언으로 하여금 명사 노릇을 하게 하면 명사형어미 또는 동명사어미라 하고, 관형사 노릇을 하게 하면 관형형어미라 한다.
어미는 모든 어간에 두루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어간에 따라서 어떠한 어미는 전혀 연결되지 않기도 하고, 또 다른 어미는 기능을 달리하기도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활용의 유형을 나눌 수가 있는데, 그 결과는 용언의 하위분류가 된다.
첫째로 동사의 활용유형인데, 모든 어미가 나타날 수 있다. 둘째로 형용사의 활용유형인데, 명령법과 공손법의 종결어미가 나타나지 않으며, 동사에서 과거를 뜻하는 관형형어미 ‘―(으)ㄴ’이 현재를 뜻하는 등 동사와 차이를 보인다.
이 밖에 지정사(잡음씨)와 존재사의 활용유형을 말하는 일이 있다. 지정사는 ‘그는 착한 사람이다.’의 ‘이다’와 ‘아니다’를 가리키는데, 형용사의 활용과 대체로 비슷하나, 감탄법의 종결어미 ‘―구나, ―구려’ 앞에 ‘―로―’가 나타나기도 하고, 대립적 연결어미로 ‘―요’가 있는 것 등이 다르다. 존재사는 ‘있다, 없다’를 가리키는데, 동사와 형용사의 활용의 중간적 위치에 선다.
활용의 유형으로 보면 동사인데도, 몇 개의 화석화(化石化)된 활용형만을 가지는 용언이 있다. 이를 불완전동사라고 하는데, 활용형 ‘달라, 다오’의 어간 ‘달―’과 ‘가로되, 가론, 가라사대’의 어간 ‘가로―’가 그 예이다.
한편, 활용이 규칙적으로 일어나느냐 않느냐의 관점에서도 그 유형을 나눌 수 있다. 가령, 어간의 말음이 자음이면, 예컨대 ‘―(으)니, ― (으)면, ―(으)ㄹ’ 등과 같이 ‘으’가 연결되며, 모음조화에 따라서 어미가 ‘―아·어, ―았·었’ 등으로 교체하는 일은 규칙적으로 행하여진다. 그러나 일부의 활용은 어간이나 어미가 불규칙적으로 나타나거나, 어간과 어미가 모두 불규칙적으로 나타난다.
예컨대, 동사 ‘묻다[問]’가 ‘묻고, 묻더니, 물어, 물으니’로 활용하고, ‘하다[爲]’가 ‘하고, 하더니, 하여, 하였으니’로 활용하는 것 등이다. 이와 같이 불규칙적인 활용을 보이는 용언을 불규칙용언이라 하여 규칙용언과 구별한다.
활용은 초기의 국어문법에서부터 다루어졌다. 그러나 그것은 인구어의 문법체계를 본뜬 서양학자들의 문법서에서 볼 수 있다. 원래 인구어에서는 단어의 어형변화를 굴절(屈折, inflection)이라 하여, 격(格)과 성(性)·수(數)에 의한 명사의 곡용(曲用)에 대립하여 시제와 인칭 및 수에 의한 동사의 활용을 인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국어의 문법 사실에 입각하여 활용을 인정하고 본격적으로 주장한 것은 최현배(崔鉉培)가 효시이다. 그 이전의 학자인 주시경(周時經)·김두봉(金枓奉) 등이 조사의 일종으로 다루던 ‘끗(終結詞, 또는 맺)’에 속한 ‘―다, ―오’ 등을 종결어미, ‘잇(連結詞)’에 속한 ‘―고, ―며’ 등을 연결어미, ‘겻(資格詞)’에 속한 ‘―은, ―게’ 등(이러한 어미를 ‘겻’이라 한 것은 김두봉이 처음이다.)을 전성어미라 하여 활용의 체계를 수립하였다. 그리고 주시경이 ‘끗, 잇’에 소속시키고, 김두봉이 용언에 소속시킨 ‘―(으)시―, ―겠―’ 등을 보조어간이라 한 것도 그의 주장이다.
오늘날 활용은 대부분의 문법서에서 인정되고 있으나 부분적 문제에 이견이 보이고 있다. 첫째로 지정사의 활용에 대하여 체언의 활용이라는 이희승(李熙昇)의 주장과 조사의 활용이라는 정인승(鄭寅承)·이숭녕(李崇寧)의 주장이 있다.
둘째로 피동과 사동을 뜻하는 보조어간을 파생접미사(派生接尾辭)라 하여 활용에서 제외하는 견해가 있다. 이에 관해서는 논의가 계속되고 있으나, 지정사의 활용과 파생접미사로 다루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 아닐까 한다. →용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