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권 10책. 508권의 정약용 저서 가운데 『경세유표(經世遺表)』·『목민심서』와 함께 1표(表) 2서(書)라고 일컬어지는 대표적 저서이다.
정약용은 살인 사건의 조사·심리·처형 과정이 매우 형식적이고 무성의하게 진행되는 것은 사건을 다루는 관료 사대부들이 율문(律文)에 밝지 못하고 사실을 올바르게 판단하는 기술이 미약하기 때문이라고 여겼다. 이에 따라 생명존중 사상이 무디어져가는 것을 개탄하였다. 이를 바로잡고 계몽할 필요성을 느껴 책의 집필에 착수한 것이고, 1819년(순조 19)에 완성 1822년에 편찬되었다.
내용은 경사요의(經史要義) 3권, 비상전초(批詳雋抄) 5권, 의율차례(擬律差例) 4권, 상형추의(詳刑追議) 15권, 전발무사(剪跋蕪詞) 3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경사요의>에는 당시 범죄인에게 적용하던 『대명률』과 『경국대전』 형벌 규정의 기본 원리와 지도 이념이 되는 유교 경전 가운데 중요 부분을 요약, 논술하였다. 그리고 중국과 조선의 사서 중에서 참고될만한 선례를 뽑아서 요약하였다. 또, 중국 79건, 조선 36건 등 도합 115건의 판례가 분류, 소개되어 있다.
<비상전초>에는 살인 사건의 문서를 작성하는 수령과 관찰사에게 모범을 제시하기 위해 청나라에서 발생한 비슷한 사건에 대한 표본을 선별해 해설과 함께 비평했다. 독자로 하여금 살인사건 문서의 이상적인 형식과 문장 기법·사실인정 기술, 그리고 관계 법례를 참고할 수 있도록 종합적으로 논술하였다.
<의율차례>에는 당시 살인 사건의 유형과 그에 적용되는 법규 및 형량이 세분되지 않아 죄의 경중이 무시되고 있는 사실에 착안하여 중국의 모범적인 판례를 체계적으로 분류, 제시하여 참고하도록 하였다.
<상형추의>에는 정조가 심리하였던 살인 사건 중 142건을 골라 살인의 원인·동기 등에 따라 22종으로 분류한 것이다. 각 판례마다 사건의 내용, 수령의 검안(檢案), 관찰사의 제사(題辭), 형조의 회계(回啓), 국왕의 판부(判付)를 요약하였으며, 필요에 따라 자신의 의견과 비평을 덧붙였다.
<전발무사>에는 정약용이 곡산부사·형조참의로 재직 중 다루었던 사건과 직접·간접으로 관여하였던 사건, 유배지에서 문견(聞見)한 16건의 사례에 대한 소개와 비평·해석 및 매장한 시체의 굴검법(掘檢法) 등을 다루고 있다.
이 책은 한국법제사상 최초의 율학 연구서이며, 동시에 살인사건을 심리하는데 필요한 실무 지침서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법의학·사실인정학(事實認定學)·법해석학을 포괄하는 일종의 종합재판학적 저술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