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명(致命)이란 천주를 위해 목숨을 바친다는 ‘위주치명(爲主致命)’의 약자로 순교(殉敎)와 같은 뜻이다. 따라서『치명자전(致命者傳)』이란 ‘순교자들의 전기(傳記)’라는 의미이다.
한국 천주교회에서는 1899년, 1921년 2차례에 걸쳐 병인박해 순교자들을 대상으로 시복(諡福) 재판을 실시하였다. 이후 1923년부터 1925년 사이에 시복과 관련된 문서 및 증언, 자료를 종합하여 총 25권의『병인치명사적(丙寅致命史蹟)』을 펴냈는데, 이중 제5권의 내용을 필사한 것이 바로『치명자전』이다.
필사본. 한국교회사연구소 소장. 크기 15×20㎝. 총 32장. 필사자는 정의배(丁義培, 1795∼1866, 마르코) 회장의 주변인물로서 이 책에 나오는 28명 중 대부분의 사람을 직접 목격하였고 그 가운데 충청도 내포 출신의 심요한(또는 신요한)과는 포도청 옥에 함께 갇혀 있던 중에 대세(代洗)를 베풀기도 했다. 일설에는 필사자의 이름이 ‘수산나’라는 세례명을 가진 여교우로 알려진다.
병인박해 때 순교한 28명에 관한 순교 목격담을 상세하게 기술하고 있다. 본서의 등장인물로는 수원 출신의 정의배와 그의 아내 피 카타리나, 정의배의 8촌 정의방 타대오, 횡성인 김 베드로, 내포인 김 베드로, 김성실 베드로, 한 베네딕도, 최국신 베드로와 그 아들 최봉인 바오로, 심요한(또는 신요한), 이효신 요한, 전주경 요한, 박실우와 그의 딸 박 안나, 사위 권 바오로, 서광서 바오로, 심명선 바오로(또는 마태), 김 시몬, 홍성보 토마스, 이 시몬, 이백흥 바오로, 함마당 베드로, 조 마르타, 최형 베드로의 아내인 여 데레사, 이 엘리사벳, 김옥인의 아내인 고 갸나, 최한길의 아내인 김 바르바라, 강 마리아 등이다.
『치명자전』은 병인박해 순교자들과 그들을 현양(顯揚)하는 일에 대한 당시 신자들의 관심을 잘 보여준다.『치명사적』과는 내용이 거의 동일하지만 인물의 배열순서가 약간 다르고 이름과 나이 등 몇 군데에서 출입이 있어『치명사적』을 보완하는 자료로서 가치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