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2면. 1895년에 간행된 이 책은 조선교구의 제8대 교구장으로 임명된 주교 뮈텔(Mutel, G. C. M.)이 1891년 2월, 11년 만에 서울에 들어오자 곧 병인년 이후 박해로 목숨을 잃은 순교자들의 자료를 수집하여, 4년에 걸쳐 전국 각지에서 모은 순교자들의 행적을 지역적으로 정리 간행하여 전국의 공소에 배포한 것이다.
발행목적은 뮈텔이 서문에서 밝히고 있듯이, 순교자들 가운데 모범되게 순교한 사람들을 뽑아 장차 성인품(聖人品)에 올리는 데 필요한 확실한 증언을 얻고자 하는 데 있었다. 즉 이 책을 본 신자들의 증언을 통해 수록된 순교자들의 내용을 시정하거나 보완하고자 했던 것이다.
『치명일기』에는 주교 베르뇌(Berneux, S. F.)를 비롯한 프랑스인 성직자와 한국인 순교자들의 출생지와 신앙상태, 붙잡힌 날짜와 장소, 치명일자와 장소, 나이 등을 지역별로 일련번호를 붙여 기록하였는데 모두 875명의 순교자와 2건의 마을(농바위, 정수니촌) 단위 순교자들에 대한 사실이 수록되어 있다.
다만, 함경도 영흥에서 순교한 19명에 대하여는 성명만이 기록되어 있을 뿐, 그 행적에 대하여서는 언급이 없다. 그러나 『치명일기』에 나타난 순교지의 분포로 보아 전국 8도에서 순교자가 생겼음을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당시의 각 지역별 천주교 교세를 짐작할 수 있는 자료로도 평가된다.
『치명일기』에 수록된 순교자 중 24명이 1968년 복자위에 올랐으며, 다시 1984년 성인품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