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 감곡성당에 소장된 유물은 예수성심기 1점과 성모성심기 1점으로, 종교행사용 깃발 2점이다. 이 유물들은 일제강점기인 1914년 6월 제1회 성체거동 이래 천주교 행사의 일환으로 성체현양대회와 예수성심대축일, 예수성심성월에 사용하던 것이다. 이 유물들은 1896년에 감곡성당을 설립한 부이용(C. Bouillon, 任加彌, 1869~1947) 신부가 1913년부터 1914년에 걸쳐 이 성당의 한국인 수녀에게 제작하게 한 것으로, 2002년 12월 6일 충청북도 유형문화재(현, 유형문화유산)로 지정되었다. 현재는 감곡성당 내에 위치한 매괴박물관(1934년에 건립된 옛 사제관을 개축, 2002년 10월 개관)에 소장되어 있다.
예수성심기는 가로 106㎝, 세로 173㎝의 붉은 비단으로 만들었으며 아랫부분이 3개로 갈라져 각각 반원을 이루고 있는 모양이며, 위에서 고정시켜 늘어뜨리게 되어 있다. 이 깃발에는 영생의 신비와 수난, 죽음, 성체성사 설정 등이 보인다. 이 깃발에는 붉은 비단의 가운데에 흰옷을 입고 푸른 옷을 어깨에 걸친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이 천을 겹겹으로 누벼서 표현되어 있다. 예수의 어깨에 걸친 푸른 옷에는 금박의 작은 별 무늬가 붙어 있으나 군데군데 떨어져 있다. 예수의 가슴 한가운데에 붉은색으로 가시가 둘러쳐진 심장이 표현되어 있는데, 이 심장 위에 금빛의 십자가가 꽂혀 있고 물과 빛이 솟구치는 것처럼 심장 주위를 감싸고 있다. 이렇게 심장에 불꽃이 타오르거나 가시가 둘러쳐진 그림은 예수의 사랑(예수 성심)을 상징한다. 심장에서 흘러내린 물은 영혼을 깨끗이 씻고 초자연적인 생명을 부여받은 성체성사를 뜻하고 있고, 피는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는 영혼의 양식인 성체성사를 뜻한다. 예수의 양 옆으로 순결을 상징하는 백합이 길게 자라고 있다. 깃발의 하단과 상단에 모란과 같은 큰 꽃이 각각 3송이씩 피어 있으며, 포도가 달린 덩굴과 얽혀 있다. 이들 꽃과 덩굴이 예수의 몸 전체를 감싸고 있는 형상이다. 모란 같은 꽃의 표현은 서양의 제재를 동양자수로 나타낼 때에 동양적인 꽃의 표현이 무의식중에 나타난 것으로 보여 흥미롭다. 예수의 몸은 천을 누벼서 나타내고 주변의 꽃 넝쿨은 모두 동양자수로 나타낸 반면, 예수의 얼굴과 손, 발은 종이에 그려서 꿰매어 붙였다.
성모성심기는 가로 106㎝, 세로 177㎝의 흰 비단으로 만들었으며, 아랫부분이 3개의 반원을 이루고 있어 예수성심기와 동일한 형식을 보이고 있으나 약간 더 길다. 보존 상태는 그리 좋지 않은데 이는 오랜 기간 사용한 데다, 세탁 과정에서 많이 닳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흰 비단의 중앙에는 성모와 아기예수가 천을 겹쳐 누벼서 표현되어 있다.
성모 마리아는 붉은옷을 입고 어깨에 녹색 옷을 걸치고 있다. 아기예수는 흰옷을 입고 손에 묵주를 들고 있으며, 성모 마리아도 오른손에 묵주를 늘어뜨리고 있다. 깃발의 둘레에는 두 줄기의 장미넝쿨이 하단에서 교차되어 성모와 아기 예수를 상단까지 감싸면서 올라간다. 깃발 하단의 반원형 부분에도 하나씩의 장미 꽃송이가 표현되어 있는데, 이는 성모의 손에 들린 묵주와 함께 묵주의 기도(ROSARIO)를 상징한다. 깃발 가장 윗부분에는 작게 비둘기 모양의 자수가 놓아져 있는데, 이는 성모 마리아가 잉태할 때 성령이 비둘기 형태로 찾아온 일을 상징한다. 즉 이 깃발은 성모 마리아가 예수를 잉태하고 출산한 후 예수의 전 생애 동안 구원활동에 이바지함을 기리고, 성모를 공경함을 목적으로 한다. 성모와 아기예수의 얼굴과 손, 발은 종이에 그려져 꿰매어 붙였다.
예수성심기와 성모성심기의 종이에 그린 얼굴과 손발의 표현은 한국적인 천과 자수에 비하여 서양화법에 의한 선으로 그려져 이국적인 분위기를 낳는다. 이국적인 소재와 도안에 한국적인 표현 습관이 섞여 나타나, 20세기 초 천주교의 종교용품, 특히 섬유공예품 가운데 비교할 만한 예가 없을 만큼 특이한 작품이다.
이들 유물은 비록 보존상태가 양호한 편은 아니나 제작 동기와 주체, 그리고 그 기간이 확실하여 초기 한국천주교 모습과 자수법 연구에 좋은 자료가 된다. 또한 국내의 필요에 따라 외국으로부터 미술의 형식이나 양식을 들여올 때 어떤 양상을 보이는가를 알 수 있는 예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