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보물로 지정되었다. 매병(梅甁)이란 구연부가 좁고 목이 짧으며 어깨가 넓은 병을 지칭한다. 그런데 실제 매병이란 명칭은 우리나라 고려시대나 조선시대 기록에서는 찾아보기 어렵고 단지 병으로 기록되어 있을 뿐이다. 매병은 하나의 별칭으로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매화 등을 꽂는 화병으로 사용되었거나 술을 담는 술병으로 사용되었을 것으로 보이는데, 대부분 술병의 용도로 사용되었을 것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왜냐하면 이 청자 매병의 경우에는 뚜껑이 함께 전하지는 않지만, 매병에는 뚜껑과 함께 출토된 것도 상당수 있기 때문이다.
이 청자매병은 기면을 3단으로 나누어 시문하였는데 상 · 중 · 하단의 비율을 1:5:3 정도로 나누어 고려청자와는 다른 비율을 보여준다. 먼저 상단은 흑백으로 커다란 윤곽선만 상감한 연판문으로 장식하였다. 중단에는 가공할 크기를 지닌 대나무와 버드나무, 매화를 흑백으로 상감하였는데, 역시 정교한 표현보다는 도식적이고 장식적인 느낌이 강하다.
또한 문양 사이에는 조선 전기 그릇에서 간혹 출현하는 위패(位牌) 형태의 창(窓)을 4군데 마련하였는데, 위패장식의 우측 좌우로 길게 늘어진 버드나무 사이에 작지만 활달한 글씨로 ‘장진주(將進酒)’라는 시문(詩文)의 제목을 흑상감하였다. 이 시는 중국 당대(唐代)의 시귀(詩鬼)로 불리는 이하(李賀, 790∼816)의 작품이다. 제목의 좌측에 있는 위패를 시작으로 왼쪽으로 돌아가며 시가 적혀 있는데, 자기에 시문된 시의 내용이 대부분 술과 자연을 서정적으로 노래한 것에 비해 매우 파격적이다. 시문은 다음과 같다.
“유리종호박농소준주(琉璃鐘琥珀濃小樽酒) 적진주홍팽용휘(滴眞珠紅烹龍暉)/ 봉옥지읍라병수막위(鳳玉脂泣羅屛繡幕圍) 향풍취룡적격고호(香風吹龍笛擊鼓皓)/ 치가세요무황시청춘(齒歌細腰舞況是靑春) 일장모도화난락여홍(日將暮桃花亂落女紅)/ 우권군종일명정취주(雨勸君終日酩酊醉酒) 부도유령분상토(不到劉伶墳上土)”
이 청자매병은 어깨가 둥글고 허리가 잘록하게 들어간 형태로 15세기경의 작품으로 여겨지며, 안굽에 모래를 받쳐 번조하였다.
이 작품은 시문 장식이 들어 있는 희귀한 청자매병으로, 조선 초의 도자기사를 연구하는 데 중요한 자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