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보물로 지정되었다. 이 작품은 오리의 형태를 채용하여 만든 상형청자(象形靑磁) 주자로, 그 유례가 드문 예이다. 고려 시대 상형청자의 소재는 주로 오리, 사자, 인물, 용, 어룡 등이며, 연적, 주자, 베개, 향로 등의 다양한 형태로 제작되었다. 오리는 주로 연적으로 제작되었고 주자로 만든 예는 매우 적은 편이다.
흑토로 눈을 표현한 오리의 머리와 주둥이가 주구(注口)의 역할을 하도록 제작되었으며 오리치고는 너무도 둥근 동체(胴體) 전면을 날개의 깃털이 덮고 있다. 이 깃털은 흑백의 상감을 교대로 사용하는 등의 변화를 주었고, 날개 밑의 털은 섬세한 음각으로 시문하여 사실적이고 입체적인 느낌을 준다. 꼬리 부분을 변형시켜 손잡이로 만든 것도 기발한데 오리의 등 위에는 연잎과 그 위에 연꽃이 올려져 있다. 뚜껑은 연밥이 두드러지게 표현된 연꽃 모양으로, 연꽃 뚜껑과 동체에 붙어 있는 연잎에는 줄기를 이용하여 작은 고리를 만들었는데 이 두 개의 고리를 끈 같은 것으로 서로 연결하여 뚜껑과 몸체가 서로 분리되지 않도록 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 주자는 기형 전체를 한 마리의 오리로 형상화한 것으로, 구체적인 사물의 형상을 본떠 제작한 상형청자 중에서도 뛰어난 작품에 속한다. 미국 시카고박물관에도 새의 모양으로 만든 청자수금인물형주자(靑磁水禽人物形注子)가 있는데 이 주자와는 형태가 다르다. 이 주자는 동체의 양감이 매우 풍부하며 유색이 좋고 상감기법을 매우 효과적으로 사용하였다. 접지면 주변의 유약은 닦아내고 내화토빚음을 받쳐 번조하였다.
상형청자는 대체로 12∽13세기에 해당하는 고려청자 전성기에 가장 많이 제작되었다. 이 시기에 제작된 상형청자의 형태는 중국 청자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고려 특유의 기발한 디자인들을 바탕으로 제작된 것이 많다. 따라서 상형청자는 비색청자·상감청자와 더불어 고려청자의 독창성을 이야기할 때 자주 화제로 등장한다. 이 청자주자는 현존 예도 드문 새로운 작품으로, 고려 시대 도자사 연구에 귀중한 자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