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보물로 지정되었다. 이 병은 구연이 나팔형으로 외반되고, 어깨가 벌어지지 않고 둥글게 밑으로 내려오는, 이른바 S자 형태의 매병이다. 이러한 기형의 매병들에 ‘덕천(德泉)’, ‘의성고(義成庫)’ 등의 관사(官司) 명문이 시문된 경우가 전해져서 그 시기를 대략 추정할 수 있다. 이들 관사명 매병들은 14세기 말에서 15세기 전반에 제작된 것이 대부분이다. 한편 『세종실록』의 「오례의」 명기조(明器條)에는 매병 형태의 병에 ‘주병(酒甁)’이라는 명칭을 적어 놓았다. 이를 통해 이러한 기형의 매병이 당시 ‘주병’으로 불렸으며, 그 용도가 술을 담는 병이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또한 적어도 「오례의」가 제작된 조선 전기까지도 이러한 형태의 기명(器皿)이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3단으로 구성된 동체의 문양 중 상단 종속문대에는 연판문 안에 연주문이 상감되었다. 반면 하단에는 커다란 연판문이 거칠게 상감되어 고려청자와 대조를 이룬다. 연판의 안쪽에는 원문을 도장으로 찍은 인화문(印花文)이 마치 구슬을 엮어 놓은 연주문 형태로 상감되었다. 중심 문양대 위에는 커다란 여의두문으로 창을 만들고 여의두문 안에는 우점문(雨點文)으로 장식하였다. 그 아래에는 마치 뚜껑 대신 보자기천을 덮은 듯한 복사문(袱絲文)을 상감하였다.
주문양으로 머리 부분은 용이지만, 몸통은 물고기인 어룡(魚龍)이 흑백으로 상감되었다. 어룡은 고려청자에도 자주 등장하던 모티프로 상형청자나 상감 문양으로 사용되었다. 이 청자 매병의 어룡문은 몸통이 마치 L자 모양으로 심하게 굽어 있어 역동적이지만 다소 어색하다. 어룡문의 좌우 여백에는 끔직한 연꽃과 주위를 한가로이 헤엄치는 오리들이 상감되어 있다. 각각의 문양 요소들은 원근이나 대소의 표현에서 회화적 사실성을 추구하기보다는 장식 요소로서 전체의 조화에 중점을 두었다.
고려 말에서 조선 초의 매병은 구연부가 나팔형으로 벌어지고 상체가 둥근 것이 특징이다. 또한, 이 매병의 문양들은 고려 말기 청자의 여운을 강하게 보여주지만 회청색에서 갈색 혹은 녹갈색에 가까운 유색이나 S자형의 기형에서는 이미 고려와 다른 조선 매병의 특징을 보여준다.
이 매병은 형태나 문양 소재, 상감기법 등 고려청자의 전통을 계승하는 가운데 조선 시대의 새로운 특징이 나타나는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