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보물로 지정되었다. 청자에는 다양한 장식 기법이 있는데, 그 중에서 칼을 이용하여 새기는 음각이나 양각, 투각, 음각 후 다른 흙을 채워 넣는 상감 등의 기법, 붓을 이용하여 각종 안료로 문양을 그려 넣는 ‘화(畵)’ 기법이 있다. 이 중 고려시대의 대표적인 화기법이 철화기법으로 철화안료를 사용하여 청자 위에 문양을 그리는 방법이다. 철화청자의 문양은 고려 시대 다른 청자에 비하여 매우 대담하고 파격적이다.
대부분 철화청자의 문양은 당초문을 시문한 예가 많지만, 이 철화매병은 새와 나비, 포도 넝쿨이 기면(器面)을 가득 채우고 있다. 문양은 마치 어린아이의 그림처럼 원근과 크기가 무시되었지만 새의 눈, 부리, 깃털 등 새의 특징이 비교적 섬세하게 잘 표현되었으며, 포도 역시 잎과 넝쿨, 포도 알까지 특징이 제대로 잘 표현되었다. 또한 약간 거칠기는 하지만 나비의 표현에서는 신속한 필치의 능숙함도 엿볼 수 있다. 종속문의 경우에도 대개 동시기 다른 매병에는 변형된 S자형의 연판문이 시문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 매병은 변형된 당초문을 장식한 점이 특이하다. 전체적으로 문양간의 구도와 비율 등은 원근이나 대소가 무시되어 어색하고 균형을 이루지는 못하지만, 역으로 각각 문양의 조합과 구성 자체는 보기 드문 것으로 여겨진다. 철화로 문양이 시문된 청자들은 황색을 띠는 경향이 강하여 의도적으로 산화번조(酸化燔造)했을 가능성도 고려해 볼 수 있다. 하지만 강진에서 생산된 철화청자 중에는 비색을 띠는 경우도 있다. 이 철화매병은 안굽으로 굵은 모래를 받쳐서 번조하였다.
대개 철화가 시문된 청자매병의 경우는 구연부가 반구형(盤口形)이 아닌 나팔형이 많으며, 또한 몸체의 원형미가 강조된 고려청자 전성기 매병과는 다르게 굴곡이 심하지 않고 어깨에서 굽까지 거의 직선을 이루고 있어서 제작시기의 차이를 느끼게 한다. 이러한 전반적인 기형상의 특징은 문양과 더불어 중국 북송의 자주요(磁州窯) 매병과 닮아 있다. 더불어 이 매병과 같이 출토된 유물들의 상황을 근거로 전성기 청자가 나타나는 12세기보다는 조금 이른 시기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고려시대의 철화청자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파격적인 문양구성, 대담한 필치, 녹갈색 유태와 흑갈색 문양의 조화가 특히 아름다워 이 시기 도자 연구의 귀중한 자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