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8월 화엄사 서오층석탑을 해체 보수하던 중 1층 탑신에서 백지묵서다라니경(白紙墨書陀羅尼經), 탑인(塔印), 청자 병 속에 든 사리병과 사리 22과(顆) 등이 발견되었고, 기단 밑의 지하에서는 청동 불상틀, 청동 방울과 장식, 철제 칼, 금속편, 수정 등 다양한 유물들이 발견되었다. 2002년 10월 19일 보물로 지정되어, 화엄사에 보존되어 있다.
유물 중 백지묵서다라니경은 한지에 다라니경의 내용을 붓으로 써 내려간 것으로, 통일신라시대의 종이 · 글씨체 · 불경제작 등 서지학 또는 불교문화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주는 귀중한 자료이다. 탑인은 한지에 수많은 탑을 인쇄한 것이다. 이처럼 다라니경과 함께 수많은 탑을 종이 위에 찍어 탑 안에 봉안한 것은 당시에 탑을 세울 때 다라니탑과 다라니경을 봉안하는 관습이 크게 유행된 일면을 보여주고 있다. 이밖에도 같은 자리에서 발견된 청동합 안에서는 자줏빛으로 물을 들인 종이 위에 먹을 찍어 붓으로 써 내려간 짤막한 경문도 들어 있었다.
이 유물들은 우리나라 고대 인쇄기술사에 있어서 초기단계를 알려주는 중요한 자료들이다. 이 자료들을 분석한 결과 백지묵서다라니경에는 질이 좋은 한 종류의 종이가 사용되고 탑인에는 네 종류의 종이가 사용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또한, 이 유물들은 불국사 석가탑 출토 무구정광대다라니경(국보, 1967년 지정), 리움미술관 소장 신라백지묵서대방광불화엄경(국보, 1979년 지정)에 이어 우리나라 제지술의 역사를 연구하는 데에 중요한 자료를 제공해 준 셈이 되었다.
한편, 청자항아리 안에 사리병을 봉안하는 방식은 이 탑이 세워진 이후 고려시대에 들어 한 차례 탑을 해체하고 고려청자를 사리용기로 사용했다는 증거를 남기고 있으며, 우리나라 불탑의 사리장엄법(舍利莊嚴法)도 이처럼 시대에 따라 변하였음을 일러주고 있다. 또한, 지하에서 발견된 청동불상틀은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유일한 불상주조용 틀로서, 불상의 대량생산을 알려 주는 중요한 유물로 평가된다.
화엄사 서오층석탑에서 발견된 사리장엄구와 유물들은 통일신라시대의 제지술, 사리장엄법, 불교조각, 금속공예와 후대에 청자를 사리용기로 받아들인 증거 등을 보여줌으로써 당시의 사회문화를 다각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국가유산의 가치가 커 서지학 및 미술사 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