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보물로 지정되었다. 높이 36.2㎝, 입지름 16.3㎝, 밑지름 14.3㎝. 조선 전기에 제작된 백자병으로 비교적 풍만하게 제작된 하부 전면에 커다란 모란문을 투각한 후 그 내부를 따로 제작한 형태로 투각·상감기법 등이 혼재된 독특한 장식을 보인다.
경기도 광주에서 제작되었던 백자로, 투각과 상감 장식이 있으며 비교적 짧은 목에서 올라온 구연부는 넓게 외반되어 있다. 몸체는 하부가 둥글게 부풀어 있는 모습이며 굽은 넓고 크게 처리되었다. 유약의 색은 조선후기에 보이는 청백색, 유백색과 같은 전형적인 흰색의 미보다는 누런색을 띠고 있으며 이러한 형태는 모두 조선 전기 백자병의 전형적인 모습과 일치한다.
이 백자병의 가장 큰 조형적 특징은 투각과 상감기법을 함께 사용하였다는 점이다.이는 조선 전기에는 드문 사례이다. 구체적으로 목 아래의 몸체 전면에는 투각기법으로 모란의 기본적인 형태와 그 뒤로 뻗어나가는 당초문의 모습을 표현하였다. 그리고 상감기법을 이용해 모란과 당초에 세부표현을 더하여 장식에 사실성을 더하였다. 목 부분에는 두 줄의 음각선을 그리고 그 내부에 상하의 운동감이 느껴지는 초문을 그려 넣었다. 이 백자병에서 장식소재로 사용된 모란과 당초, 초문 등은 모두 조선 전기 상감백자에서 자주 등장하는 문양제재들로, 이 병뿐만 아니라 잔, 항아리 등 여러 형태의 그릇에 다양하게 채택되었다.
시문된 문양의 처리를 보면 모란의 만개한 모습이나 꽃술이 유려하게 묘사되었으며 당초문은 선문(線紋)으로 간단하게 처리하여 운동감을 더해주고 있다. 이는 목 부분의 초문도 마찬가지인데, 줄기에서 뻗어나가는 방향이 일정하지 않고 하나는 아래에서, 하나는 위에서 시작하여 대각선 방향으로 진행되도록 표현되어 지루하지 않고 생동감 있는 느낌을 부여하고 있다.
이 백자병의 또 다른 특징은 내외부가 이중으로 제작되었다는 점이다. 병 하부의 둥글게 부푼 부분에 들어간 투각 장식 내부에는 실제 내용물을 담기 위한 작은 병이 들어가 있는데, 이는 조선 전기에는 잘 보이지 않는 장식기법으로 주로 조선 후기에 양각·첩화기법과 함께 유행하는 요소 중 하나이다. 조선 전기에 이러한 장식기법이 혼재되어 나타난 예는 지금으로서는 이 백자상감투각모란문병 외에는 알려진 예가 없어 더욱 희귀한 작품이다.
이 백자상감투각모란문병은 무문이나 상감, 음각과 같은 간단하고 추상적인 조각장식이나 청화안료를 사용한 회화적 문양의 시문이 주를 이루었던 조선 전기에 제작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투각과 상감, 이중의 제작기법을 혼용하여 성형한 독특한 작품으로 현전하는 유일무이한 예로서 그 의의가 크다.